여섯 번째 손가락(세 번째 엄지, Third Thumbs)
어렸을 때 주로 하던 공상 중에 '만약 우리 몸에서 꼬리나 날개가 자라나면 어떨까?', '팔이 4개라면 어떨까?'라는 공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인간에게 원래 없던 신체 부위를 추가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중 하나이다. 이 중 여섯 번째 손가락은 기존 다섯 손가락으로 할 수 있는 인간의 행동 범위에 큰 확장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한쪽 팔만으로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 절단 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데 한 손으로 물건을 더 많이 잡는 것 외에, 한 손으로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
2017년 영국 왕립예술대학교 학생이 발에 압력을 가하면 작동되는 세 번째 엄지를 개발한 이후, 여기에서 발전해서 2021년 5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이 '제3 엄지'라고 하는 손가락 형 장치를 추가하는 데 성공했다. 이건 양 발의 발가락 끝을 움직여 인공 손가락을 제어하는 방식이었다. 오른발을 빠르게 누르면 기기가 손바닥 쪽으로 당겨지고, 왼발에 압력을 가하면 손가락이 위쪽으로 움직인다. 발을 세게 누르면 움켜쥐는 강도도 강해진다.
UCL 수석 디자이너 대니 클로드가 개발한 이 장치의 시장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지난 2022년 5일 동안 3세~96세의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 596명을 대상으로 세 번째 엄지손가락을 테스트했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참가자의 98%가 이 기기를 바로 사용할 수 있었다. 단 10세 미만의 아이들 중 일부와 고령자들, 기기가 손에 맞지 않거나 몸무게가 너무 가벼워서 압력 센서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에는 작동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당 연구결과 논문은 Science Robotics에 기재되었다.
발을 이용하지 않는 방식의 인공 손가락도 개발중이다. 2022년 프랑스와 일본 공동 연구팀은 독립 제어 가능한 6번째 인공 손가락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방식은 손가락을 장착한 팔에 4개의 센서를 연결한 뒤, 이를 통해 뇌에서 팔 근육으로 전달되는 전기 신호를 분석해서 인공 손가락의 동작을 원하는 대로 제어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평균 1시간 정도의 실전 훈련을 거치면 착용자의 뇌 역시 여섯 번째 손가락을 진짜 신체 일부로 느끼고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이 기술로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날개나 꼬리 등 새로운 신체 부위의 확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손가락이 아닌 꼬리를 다는 시도도 있었다. 2019년 게이오대 연구팀은 미국에서 열린 시그라프 컨퍼런스에 아크(Arque)라는 이름의 로봇 꼬리를 선보였다. 길이가 무려 1m나 되는 이 꼬리는 인공 근육과 압축 공기를 사용해 8개 방향으로 움직인다. 허리에 꼬리를 고정하고 상반기에 신체 추적기를 사용해서 상반신의 움직임에 따라 꼬리가 꿈틀거리게 했는데, 상반신을 오른쪽으로 기울이면 꼬리가 왼쪽으로 이동하고, 허리를 숙이면 꼬리가 위로 뻗치게 설계되었다. 이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보이는(일부 애호가들에게는 매우 호평받을지도 모르지만) 이 인조 꼬리는 실은 노년층을 위한 보조기구이다. 노인들은 나이가 들어 감각이 무뎌지고 근육이 축소되며 인대가 노화되기 때문에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일이 많은데, 이 때 몸의 균형감을 높여서 자세를 지탱해 주는 목적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