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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과 게장. 영조는 진짜 경종을 독살했나?

Dolstone 2025. 4. 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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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4년 갑진년 8월 경종이 사망했다. 왕위에 오른 지 4년 만인 34세의 일이었다. 당시 경종은 한 달간 와병 중이었는데 당시 세제였던 연잉궁(영조)이 진상한 게장과 감을 먹고 설사가 멎지 않으며 급격히 병세가 악화되어 사망한 것이다. 

 

그런데 경종이 사망한 게 연잉궁이 진상한 게장과 감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한의학에서는 게장과 감이 둘 다 찬 성질이라 지병이 있거나 소화기 계통이 약한 사람이 먹을 경우 탈이 날 수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경종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영조는 펄쩍 뛰며 게장은 수라간에서 자신과 상관없이 올렸다며 부인했다. 병치레로 입이 짧은 경종이 유일하게 좋아한 음식이 간장게장이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영조의 '경종 독살설'은 사라지지 않고 영조를 끊임없이 힘들게 되었다. '영조가 독약을 음식에 넣었을 것이다'라는 풍문도 돌았다. 영조 4년에 벌어진 이인좌의 난 때도 이인좌는 '경종을 독살한 영조의 죄를 묻겠다'라면서 자신의 반란에 당위성을 부여했었다. 수십 년이 지난 영조 31년에도 경종 독살설을 믿는 나주괘서 사건이 퍼지기도 했다.

 

사실 경종이 그 이전부터 건강이 안좋았다는 얘기는 있었다. 어려서부터 비만해서 커서까지, 비만인 체형이었다고 하며, 땀을 많이 흘렸고 신하들과 경연중 소변을 참지 못했다는 기록도 있었던 걸로 보아 당뇨도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설사병이 있었으며 덥고 습한 날씨에 무척 힘들어한 반면 여름에도 오한을 느꼈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아 당뇨 외에도 고혈압, 신장합병증을 앓았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경종은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왕이지만 당파싸움에 시달리며 지지기반이 없어 당시 신하들의 공격을 맨몸으로 받아야 했던 주변 상황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며, 심지어 어렸을 때 어머니가 죽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트라우마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록에 따르면 때때로 벽을 보고 혼잣말을 하거나 한밤중에 계단과 뜰 사이를 방황하기도 하였으며 숙종의 상때도 곡을 하지 않고 웃기까지 했다는 기록이 있다. 경종 본인도 '내가 이상한 병이 있어 10여 년 이래로 조금도 회복될 기약이 없다'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실록으로도 남아 있다.

 

또한 불임 의혹도 제기되었는데. 장희빈이 죽기 전에 반항하다가 어린 경종의 양물을 잡는 통에 불임이 되었다는 야사도 전해질 정도였다. 이는 사실인지 모르나 위에 언급한 대로 여러 질병이 있었다면 건강히 후사를 보는 게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 경종은 조선의 역대 왕중 후궁을 들이지 않았던 유일한 왕이었는데, 만일 부인의 문제였다면 후궁을 들였겠지만 당시 궁 내부에서 문제가 경종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반증이라고 보는 시각도 없다.

 

하여간 경종이 죽기 한 달 전엔 식사도 거부하는 등 몸상태가 극히 안 좋았다고 하는데 그 상황에서 굳이 연잉군이 독살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주장도 있는 반면, 그렇게 쇠약해진 상황에서 막타를 쳐야 할 필요가 있었다며 독살설이 사실이라는 주장도 있다. 오늘날엔 경종을 해할 의도는 없었지만 더운 여름날 상한 게장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거나 경종의 건강이 안 좋았던 상태에서 게장이나 감을 먹고 설사를 하다가 탈수로 사망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의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줄이기 위해 음식 탓을 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현대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게장과 감을 먹는다고 해도 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복숭아-장어를 같이 먹으면 탈이 난다는 것과 같이 과장된 이야기라는 것이다. 사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찬 성질이라 같이 먹으면 안 좋다는 맥주와 땅콩 안주를 잘만 먹지 않는가?

 

참고로 영종은 이 얘기를 아주 싫어했다고 한다. 영조의 반대파나 반란군들은 이 이야기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으며 거의 사실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이인좌의 난 때도 독살 얘기가 있는 격문을 보고 대로하여 모두 태워버리라고 명하기도 했고, 나주 괴서 사건으로 국문을 받던 신치운은 영조 면전에서 대놓고 “나는 갑진년부터 게장을 먹지 않는다”라고 티배깅 해서 영조를 울게 만들었다가 일가친척이 모두 극형 당한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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