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사람들의 인생 최우선 가치

2021년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서 한국을 포함한 17개 선진국 성인 1만 9천 명을 상대로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의 주제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결과 17개국 가운데 14개국에서 가족과 아이들을 가장 많이 뽑았다고 하며, 가족을 1순위로 꼽지 않은 나라는 3국인데 스페인은 건강, 대만은 사회, 한국은 물질적 풍요를 1위로 뽑았다. 다른 모든 나라들에서도 물질적 풍요는 상위 5개 항목에 포함되었는데 물질적 풍요가 1위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한국인은 물질적 풍요 - 건강 - 가족 - 지위 - 사회 순으로 선정했는데, 다른 나라에서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원천으로 2~3위에 해당하는 '직업적 성취'를 꼽은 응답자는 6%에 불과했다. 파트너와의 관계, 친구나 이웃과의 관계 등 인간관계를 꼽은 응답자 비중도 상대적으로 낮았고, 자연 및 야외활동이나 취미가 중요하다고 꼽은 비중도 비교국 중 최하위였다. 

그런데 이 설문조사에는 약간의 맹점이 있는데, 한국과 일본의 응답자들은 인생의 의미를 더하는 요인으로 한 가지만 답하는 비율이 높았는데 전체 평균의 두 배 수준에 달했다.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여러 가지 항목을 선택했고, 한 가지 항목만 선택한 사람들의 전체 평균은 34%밖에 되지 않는데, 한국은 한 가지 항목만 답한 사람이 62%(일본은 59%)였다. 그래서 실제로 물질적 풍요가 중요하다고 선택한 사람의 비중은 스페인이 한국보다 높았지만 이 항목에서는 1위로 나왔다. 이것이 한국인들은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 중 중요한 것은 하나만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답을 하나만 적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한국과 일본만 유독 1개의 답만 선택한 비중이 높은 걸로 봐선, 답이 하나만 있는 시험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하나만 적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자기가 생각한 여러 가지 중요한 가치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 하나만 적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설문지 번역이 살짝 애매하게 되어서 하나만 뽑아야 할 것 같은 뉘앙스를 설문 참가자에게 주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