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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래곤볼을 탄생시킨 전설의 만화 편집자 토리시마 카즈히코
    카테고리 없음 2024. 3. 9.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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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리시마 카즈히코는 책과 소설을 좋아하던 청년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창작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기 때문에 편집자의 길을 걷기로 한다. 원래 문예춘추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당시 오일쇼크로 신입사원을 뽑지 않았고 겨우 슈에이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카즈히코는 플레이보이 일본판 편집을 희망했지만 점프 쪽으로 배속되어 실망했다고 한다. 사실 카즈히코는 만화, 특히 점프 만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당시 점프는 지금처럼 압도적 1위도 아니었을뿐더러, 별다른 스토리 없이 자극적인 장면들의 반복으로 연명하던 시절이었다. 오히려 터치가 연재되던 소년 선데이나 당시 만화잡지 중 탑을 달리던 소년 매거진이 그의 취향에 맞았다고 한다.

    그가 처음 맡은 작품은 '도베르만 형사'였다. 이 만화는 형사가 범죄자들과 사회악을 잔인하게 처단하는 이야기였는데 앙케이트 순위가 낮아서 연재종료 위기였다. 토리시마는 작가에게 독자층을 넓히기 위해 자극적인 면을 줄이고, 이야기의 깊이를 더할 것을 주문한다. 주인공의 심적 갈등을 추가해서 계속해서 악을 처단하지만 악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악의 세력들이 연합해서 더 큰 악으로 변하는 모습을 그리면서 주인공의 고민과 고뇌를 추가한 후 순위가 크게 올라 성공적으로 연재종료할 수 있었다.

    이후 토리시마의 눈에 띈 건 출퇴근을 하는게 싫어서 만화가가 되고자 점프 공모전에 투고한 토리야마 아키라였다. 공모전에 투고한 작품은 스타워즈의 패러디였는데 당시 공모전 규정에는 기존 저작권물의 패러디물은 안된다는 조항이 있었다. 토리야마 아키라가 이걸 모르고 투고한 것. (사실 토리야마 아키라는 매거진에 투고하려고 했지만 마감일을 맞출 수 없어 점프에 투고한 것이라고 한다) 토리시마는 만화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만화 작법에는 서툴렀지만 마치 할리우드 영화와도 같은 표현력과 다각적인 인물 묘사를 보여주었던 토리야마 아키라의 작품을 보고 그에게 전화해서 사정을 설명하고 당신에게 재능이 있으니 우리 같이 만화를 만들어 봅시다라고 제안한다. 일본 만화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토리야마-토리시마 콤비의 탄생이었다.

    토리시마는 토리야마에게 만화를 그리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일단 뭐든지 그려오게 했다. 하지만 토리야마가 그려온 것이 맘에 안들면 아무 말도 않고 그 자리에서 분쇄기에 넣고 갈아버렸다. 이렇게 갈린 게 1년 동안 500매에 달했다고 한다. 이후 단편으로 데뷔한 토리야마와 토리시마는 만화작법과 캐릭터 등에 토론하고 1980년 초인기작인 '닥터슬럼프'를 연재하게 된다. 닥터슬럼프는 엄청난 인기를 끌고 TV애니화까지 되면서 승승장구했는데 처음 시작할 때 토리야마는 발명가인 박사를 주인공으로 삼고 싶어 했지만 토리시마는 박사의 발명품인 아라레를 주인공으로 하자고 했다.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결국 두 가지 방식으로 단편을 그린 후 앙케트를 보고 결정하기로 했는데 결론은 토리시마의 압승. 닥터슬럼프의 주인공은 아라레가 되었다. 토리야마는 나중에 "지금 와서 보니 토리시마 씨가 옳더라"라고 인정했다.

    닥터 슬럼프는 엄청난 히트를 쳤다. 권당 300만부가 팔렸으며 토리야마는 만화가 최초로 일본 납세자 10위 안에 들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토리야마가 연재 6개월 만에 그만두고 싶다고 한 것이다. 토리시마의 OK를 받지 못하면 다 그린 만화를 거의 다 다시 그려야 하는 일이 워낙 많이 생기다 보니 너무너무 힘들었던 것이다. 토리시마는 토리야마에게 "더 재미있는 걸 그려오면 완결을 내게 해 주겠다"라고 했고 토리야마는 닥터슬럼프를 연재하는 중 5일은 닥터슬럼프에, 2일은 신작 연구와 파일럿 단편에 할애했다. 그래서 완성된 게 바로 그 '드래곤볼'이다.

    드래곤볼은 위에서 언급한 여러 파일럿중 평가가 좋았던 '톤푸의 대모험'과 '드래곤보이 기룡소년'을 합친 작품이었다. (둘을 합치자는 건 토리야마 부인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이제 닥터 슬럼프의 연재를 종료하려고 하자 점프는 난리가 났다. 당시 일본 최고 인기작이었던 닥터 슬럼프의 인기를 생각해 보면 어찌 보면 당연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토리시마는 토리야마의 편에 서서 점프 편집부와 싸웠다. 그의 평소 지론은 "만화가가 편집부와 싸우면 편집자는 마지막엔 반드시 작가 편을 들어야 한다."였다.

    결국 우여곡절끝에 드래곤볼의 연재가 시작되었는데 의외로 초반 순위는 별로 좋지 않았다. 편집부에서 연재 종료를 검토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미 당시 시청률 1위였던 닥터 슬럼프를 완결하며 후지 TV와 '차기작은 무조건 애니화한다'라는 약속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함부로 끝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토리시마는 작품의 방향을 배틀물로 바꾸자는 아이디어를 낸다. 여행을 떠나면서 모험을 즐기는 로드무비 형식보다 주인공의 위협을 강력한 적으로 명확화 시키면 어린 독자들이 훨씬 이해하기 쉬어지고, 토리야마가 가지고 있는 영화적 연출 소양을 최고로 활용하는 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천하제일무도회'였다. 이때부터 드래곤볼의 인기는 치솟았으며 장기연재가 결정되었다.

    이렇게 한참동안을 동고동락하면서 지내자 토리야마와 토리시마는 절친이 되었다. 게임 드래곤 퀘스트의 디자인도 원래 토리야마가 한번 거절했지만 토리시마가 다시 한 번 권유해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일본 내에선 '토리야마 씨가 한 번 거절한 일도 토리시마 씨에게 부탁하면 된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한다. 토리야마는 드래곤볼 완결 후 쉬고 있을 때도 토리시마의 부탁은 다 들어주었다고 한다.

    토리시마가 발굴해 낸 또 한명의 작가는 아이즈와 전영소녀, 제트맨을 그린 카츠라 마사카즈였다. 사실 위에서 언급했듯 토리시마는 스토리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으며 특히 러브코미디를 좋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토리야마는 연애물을 그리는데 천부적일 정도로 재능이 없었다. 그러다 발굴된 게 카츠라 마사카즈였다. 사실 카즈라 마사카즈는 괴수물, 특히 특촬물류를 그리는 걸 엄청나게 하고 싶어 했지만 토리시마는 그런 카즈라를 '너는 일본에서 여자애를 가장 예쁘게 그린다.'라고 꼬셔서 러브코미디물을 그리게 했다. 그래서 태어난 게 아이즈와 전영소녀였다. 물론 카츠라도 윙맨이나 제트맨 같이 자신이 그리고 싶은 작품을 그리기도 했다. 나중에...

    또한 토리시마는 소위 말하는 1996년 '점프 암흑기'때 점프 편집장 자리에 올라서서 다시 점프를 되살리기도 했다. 원피스의 오다 에이이치로와 나루토의 키시모토 마사시가 연재를 시작한 것도 그가 편집장에 있을 때였다. 그밖에 유희왕의 카드 게임과 각종 미디어믹스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이후 2001년 점프 편집장에서 은퇴해 슈에이샤의 임원직에 올랐고 2015년에는 슈에이사의 자매 기업인 하쿠센샤의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2021년 은퇴 후에는 잠깐 고문으로 있다가 현재는 방송에 나가서 점프 작품 홍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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