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의 실제 모델, 크리스토퍼 로빈과 위니

 

영국의 작가인 앨런 알렉산더 밀른이 만든 곰돌이 푸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화이자 프랜차이즈이다. 1977년 디즈니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BBC 선정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설' 7위에 오르기도 했다. 곰돌이 푸의 모델은 1차 대전 당시 캐나다 해군 해리 콜번이 부대 안에서 기르다 런던 동물원에 기증한 캐나다산 흑곰 위니이다. 밀른과 그의 아들은 동물원을 자주 찾았는데 아들이 유독 위니를 좋아했다고 한다. 밀른은 위니를 모델로 아들이 가진 테디 베어에 이름을 붙였고, 아들에게 읽어줄 잠자리 동화를 지었는데 여기에 살을 붙이고 친구인 일러스트 작가에게 삽화를 부탁하여 1926년 '위니-더-푸'라는 책으로 펴냈다. 이후 2년 뒤 두 번째 이야기를 책으로 냈다. 곰돌이 푸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위에 언급한 1977년 디즈니 애니메이션이었다. 이 애니메이션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동화나 애니를 뛰어넘어 콘텐츠 프랜차이즈화가 되었다. 전 세계 미디어믹스 총수입 4위이며 디즈니 프랜차이즈 총수입 2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크리스토퍼 로빈은 밀른의 아들이 모델이다. 이름도 아들의 이름에서 따왔다. 하지만 행복한 동화세상과는 다르게 아들 크리스토퍼는 그다지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했다. 아버지는 실생활에서 아들과의 관계가 서툴렀다고 하며 영국 상류층 남성들을 위한 사교모임인 '개릭 클럽'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다 곰돌이 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크리스토퍼 로빈은 7살의 나이에 전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되었다. 크리스토퍼는 아버지와 곰돌이와 함께 사진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거나, 여러 행사에 불려다녔다. 어린 시절의 크리스토퍼는 쏟아지는 인기가 즐거웠지만, 8살이 되어 입학한 기숙학교에서는 끔찍한 왕따를 겪게 되었다. 동급생들은 곰돌이 푸의 주인공이었던 그를 괴롭혔으며 물리적 폭력으로까지 이어졌다. 어찌나 괴로웠는지 크리스토퍼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권투를 배우기 시작했다.

성년이 된 후에도 크리스토퍼의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동화 속의 크리스토퍼로서 살기 원하는 세상의 기대는 너무나도 크고 가혹했다. 크리스토퍼는 아버지 작품에서 나오는 수익을 노골적으로 거부하고 대학 졸업 후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어렵게 살았다. 밀른 부부는 크리스토퍼가 당시 사귀던 연인과 사귀는 것을 극심하게 반대했으며(고모의 딸이었는데 밀른과 고모가 사이가 나빴다고 한다), 부모가 사실은 냉정하고 무심한 사람들이었다는 인터뷰를 하자 어머니는 아들의 동상을 부수고 땅에 묻어버린 후 연을 끊었고 죽을 때까지 만나지 않았다. 크리스토퍼는 부모님이 반대한 여인과 결혼했고 작은 서점을 운영하며 자서전을 펴내며 조용하게 살았다. 죽기 전에 크리스토퍼는 그가 평생 애증 관계에 있던 '곰돌이 푸'와 화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밀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굿바이 크리스토퍼 로빈'이다.

수의사였던 해리 콜번은 1차대전에 참전했다. 병사들의 말을 돌보기 위해 전장으로 향하던 중 사냥꾼에게 잡혀가는 아기곰을 발견하고 20달러에 사들여 구출한다. 곰을 마땅히 맡길 곳이 없던 콜번은 곰에게 자신의 고향 위니펙에서 딴 '위니'라는 이름을 붙이고 부대 내에서 키우기 시작한다. 부대의 대령은 처음엔 동물과 함께 하는 것을 반대했지만 위니의 애교에 반해 마음을 연다. 아기곰 위니는 보병대의 마스코트가 되었고 대서양을 건너 영국의 솔즈베리 평원까지 함께 했지만 부대가 실제 전투에 참가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고,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 데려갈 수 없었던 콜번은 위니를 런던 동물원에 맡기고 가슴 아픈 이별을 한다. 이후 위니는 동물원에서 밀른 부자를 만나게 되었고, '곰돌이 푸'의 모델이 되었다. 이 이야기는 린지 매틱의 '위니를 찾아서'라는 책에 나오는데 린지 매틱은 수의사 해리 콜번의 실제 증손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