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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에 대한 인식과 할리우드의 진저 죽이기카테고리 없음 2024. 7. 20. 23:14300x250
빨간 머리는 전 세계에서 1~2% 정도만이라고 하며 서양으로 한정해도 5~6%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는 빨간 머리가 많아서 전체 인구 중 약 10%가 빨간 머리이다. 서양에서는 빨간 머리는 불결함, 다혈질, 고집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어 왔는데 이러한 빨간 머리 백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서양에서 매우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빨간 머리-창백한 피부-주근깨는 못생겼다라는 스테레오 타입으로 인식되었으며 빨간 머리가 피와 사탄을 연상시킨다 하여 마녀나 창녀로 취급하여 화형대로 보내버렸다. 영국에는 새해에 가장 먼저 연락하는 사람이 갈색머리면 행운을, 빨간 머리면 악운을 가져다준다는 미신도 있으며 이러한 빨간 머리에 대한 혐오 사상은 영국과 미국에서 특히 많이 나타난다. 영국의 경우에는 자신들을 침공하던 공포스러운 바이킹의 외형과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인에 대한 폄하적인 시선이, 미국의 경우에는 아일랜드 대기근 때 미국으로 이주한 많은 아일랜드인들이 하류층을 전전하면서 주류 백인(WASP)들에게 흰 검둥이(White Negro)라고 불리면서 차별당했던 것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빨간 머리에 대한 나쁜 인식을 없애려는 노력도 많이 있다. '빨간 머리를 위한 날' 같은 것을 제정하는가 하면 '빨간 머리를 따돌림하지 말자' 라는 공익광고를 내보낼 정도이다. 하지만 서양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빨간 머리에 대한 차별과 고정관념은 대중문화에도 그대로 남아있다. 예수를 배신한 가롯 유다나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이 빨간 머리로 묘사될 정도이니 우리가 어렸을 때 본 빨간 머리 앤에서 앤이 평상시에 어떤 취급을 받고 살았을지 눈에 훤히 보일 정도이다.할리우드에서도 빨간 머리-주근깨-창백한 피부-치아 교정은 전형적인 너드(Nerd)의 이미지가 되었으며 악역으로 많이 캐스팅된다. 좋은 편으로 나오더라도 주인공을 보조하는 조연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역설적으로 아치 앤드류스나 앤 셜리, 애리얼 같은 빨간 머리의 주연 캐릭터들은 평상시에 놀림받던 빨간 머리 아이들에게 큰 의미를 갖고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애리얼은 세계 각지의 빨간 머리 소녀들에게 용기를 잃지 않고 무엇이든 당당히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고 이상적인 롤 모델이 되어 주었기 때문에 그 가치가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유행하고 있는 PC문화가 소수자를 대표하는 것으로 '흑인'을 낙점하고 이 과정에서 기존 소수자 중 하나였던 빨간 머리 캐릭터들이 그 지위를 대부분 부정당하고 흑인화되어 본래의 개성을 잃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문화적 다양성을 가져야 한다며 PC의 이름 하에 많은 기존 캐릭터들이 흑인으로 바뀌게 되었는데 유독 기존에 있었던 붉은 머리 캐릭터들이 희생당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아마도 상대적으로 흑인으로 바꾸기 만만한 상대가 지금까지 소수자의 위치에서 주인공을 지원한 진저 캐릭터였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는 진저 지우기(Ginger Erasuer)라고 이름이 붙을 정도로 자주 일어나고 있다.그리고 결국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빨간 머리 캐릭터인 인어공주의 애리얼 또한 그 인종이 바뀌게 되었다. 문제는 애리얼은 다른 빨간 머리 캐릭터들과는 얘기가 다르다는 점이다. 지난 30년간 유일한 빨간머리빨간 머리 주연 캐릭터로서 빨간 머리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독보적인 캐릭터가 흑인으로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애리얼이 흑인이 된 게 문제가 아니라 빨간 머리 애리얼을 없앤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며 또 하나의 차별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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