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병원이 피터 팬의 저작권을 갖게 된 이유

 

1929년 4월. 피터 팬의 저자 제임스 매슈 베리는 죽기 직전 영국의 그레이트 오먼드 스트리트 아동 병원에 피터팬의 모든 저작권을 기부했다. 그가 만든 피터팬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영화와 연극, 만화로도 만들어졌으니 피터 팬을 통해 발생한 저작권 사용료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베리는 기부할 때 "병원의 인물 개인 이득이 아닌 오로지 아동병원 운영 및 아이들에 대한 지원금으로만 사용할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고 한다. 피터 팬은 친한 지인이었던 실비아 루엘린 데이비스의 세 아들들(막내아들 이름이 피터였다)을 모델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실비아의 사망 이후 베리는 막내아들 피터의 후견인이 되기도 했는데, 베리가 피터 팬의 수익을 이 세 아들들에게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병원에 모두 기부를 해서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막내아들 피터는 자신과 소설을 연관시키는걸 극도로 싫어했으며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자살했다) 이후 만들어진 피터팬의 영화나 뮤지컬 소설 등은 모두 아동병원에서 판권을 구매해서 만든 것이다. 영국 하원은 베리의 뜻을 기려 본래 저자 사후 50년인 1987년까지였던 이 작품의 저작권을 영구히 연장해 주었다.

여담으로 2002년 캐나다의 동화작가 에밀리 소마가 네버랜드를 떠난 피터팬에 관한 이야기를 펴냈다가 병원측으로부터 소송을 받자 "1세기 전 탄생한 피터팬의 캐릭터는 이제 전 세계의 소유"라며 병원이 소유한 피터팬의 저작권 효력을 중지시켜 달라고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오먼드 아동병원은 2004년 8월 피터팬의 공식 후속 편을 집필할 작가를 공모했다. 병원 운영기금을 확보하기 위해 EU가 정한 저작권 만료 기간 전에 후속 편을 집필하기 위해서였다. 전 세계에서 수백 명의 작가들이 신청했고 치열한 경쟁 끝에 영국의 동화작가 제럴딘 맥코린이 선정되어 '돌아온 피터팬'을 집필하여 2006년 공개했다. 맥코린은 이를 위해 원작자의 문체와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고, 등장인물의 성격 역시 원작을 최대한 살려서 전작에서 20년이 흐른 뒤인 1926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