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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혼용으로 일어난 사건들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2023. 8. 17. 00:20300x250
미국은 미얀마, 라이베리아 등과 함께 미터법을 쓰지 않는 나라 중 하나이다. 미국이 왜 미터법을 안 바꾸냐? (심지어 미국은 미터협약 회원국이기도 함.) 1999 화성기후궤도선 추락 사고 같은 큰 사고부터 미국-캐나다 간 국경지역 속도표지판 문제 같은 사소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만 귀찮으니까 익숙한 대로 쓰자라는 생각 때문이다. 사실 미 정부에서는 옛날부터 바꿔하고 싶어 했다. 3대 토머스 재퍼슨 대통령도 미터법을 도입하려 했고, 1975년 미 의회에서 '미터법 우선 사용 전환령'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39대 지미 카터 대통령은 고속도로 거리 표기를 km로 바꾸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지금도 미 대선 공약 중에 미터법 전환은 자주 나오는 공약이다.
근데 문제는 미터법 전환을 하려 할 때마다 강력한 저항에 휩싸이는 것이다. 미터법 도입론자를 공산주의자라고 매도하는가 하면 전환에 따른 비용, 시간, 혼란 문제를 들어 반대하기도 한다. 심지어 미국 연방이 각 주에 미터법을 강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일부에서는 '우리만 고유의 도량형 쓰는 거 자랑스럽지 않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위에 언급한 화성기후궤도선 추락사건은 단위를 잘못 사용한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이다. 1999년 NASA에서 화성 기후를 관측하는 것이 목적인 기후궤도선을 발사했는데 화성 궤도에서 추락한 사건이 발생했다. 원인을 알아보니 제조사인 록히드 마틴에서 화성 궤도 진입을 위해 필요한 로켓 분사의 총 운동량 변화를 파운드/sec 단위로 계산해서 NASA에 전달했는데 NASA의 엔지니어들이 이걸 kg/sec 단위로 착각하여 자동분사시간 계산 프로그램에 집어넣었고, 그 결과 엔진이 원래 계획의 절반 이하 추력밖에 분사되지 않아서 추락한 것. 이 사건으로 입은 손실은 당시 기준으로도 3억 달러가 넘었으며, NASA의 해당 프로그램 팀은 모두 해고됐다. 이후 NASA는 2007년부터 공식적인 기술 관련 사항에 사용하는 모든 수치를 SI 단위로 표기하기로 결정했다.
유사한 단위 착각 사고는 항공기에서도 일어났었다. 1983년 에어 캐나다 143편 보잉 767기가 비행중 연료 부족으로 김리 공군기지에 불시착한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해당 기체의 연료탑재정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상작업요원이 연료계층봉으로 직접 측정하여 급유를 하다 파운드 단위와 SI 단위를 헷갈려서 계산, 20,088L를 급유받아야 하는 걸 4,916L밖에 급유하지 못했다. 당시 에어 캐나다는 파운드법에서 SI 단위로 전환하는 중이었으며, 지상작업요원은 기름을 넣고도 뭔가 이상하다 생각하여 세 번이나 다시 계산했지만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몰랐고, 나중에 조사팀과의 인터뷰에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고 한다. 하여간 중간에 기름이 떨어진 비행기는 조종사의 기지로 인근 김리 공군기지에 글라이더식으로 활강하여 비상착륙, 탑승객 69명은 전원 무사했다. 이 사건은 '김리 글라이더' 사건으로 알려졌다.300x250'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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