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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을 몇 번 홀대했다가 멸망한 호라즘 제국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2025. 8. 6. 00:10300x250

호라즘(Khwarezm) 제국. 현재의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지역에 걸쳐 있었던 거대 이슬람 왕국. 몽골-호라즘 전쟁으로 인해 멸망했다. 당시 호라즘 샤(쉽게 말하면 왕)인 무함마드 2세는 '동방의 알렉산더, 지상의 알라'라고 불릴 정도로 정복활동을 펼치며 무섭게 영토를 불리고 있었다. 그런 호라즘 왕조 입장에서 몽골 제국은 그냥 초원에서 뿔뿔이 흩어져 양치던 유목민들이 하나로 뭉친 신생국에 불과했다.
1218년 서요를 정복한 몽골을 호라즘에 3명의 사신과 450명의 무슬림 대상을 파견해 관계수립과 통상을 시도했다. 하지만 호라즘 동변의 오트라르(현재의 카자흐스탄) 태수는 그들이 스파이라며 몰살하고 재물들을 몰수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오트라르 사건이다. 이때 낙타몰이꾼 한 명이 구사일생으로 살아 사건의 전말을 몽골에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칭기즈칸은 3명의 문죄사(죄를 묻는 사절)를 무함마드 2세에게 보냈는데 호라즘 샤는 사죄는커녕 그중 한 명을 죽이고, 다른 두 명은 수염을 깎아 추방했다. 수염을 깎는 것은 대단히 모욕적인 행동이었다.
이에 격노한 징기즈칸은 쿠릴타이(부족수장 회의)를 소집해 서방원정을 결정하고 1220년 15만 명 이상의 몽골 정예군을 4개 진영으로 나누어 호라즘으로 진격한다. 역사적인 칭기즈칸의 서방원정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몽골군의 진격은 파죽지세와 같이 무서웠다. 징기즈칸은 오트라르를 공격해 사신을 죽인 오트라르의 태수의 눈에 녹인 은(다른 설로는 금이라는 설도 있고, 눈과 목에 부었다는 설도 있다)을 부어서 죽였고, 부하라와 구르간즈 그리고 수도인 사마르칸트 같은 주요 도시들을 철저하게 파괴했다. 이로 인해 지역의 경제와 생활 기반이 붕괴되었고 이러한 파괴는 몇 세기 동안 복구가 불가능한 정도였다.
또한 몽골군은 호라즘 주민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고자 대규모 학살을 자행했다. 부하라에서는 3만 명을 살해했는데, 주민들이 반란을 일으키자 일주일 만에 16만 명을 학살하기까지 했지만 이후 벌어진 호라산 지역 파괴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 호라산 공성전과 반란으로 죽은 사람들만 최소 160만 명 최대 240만 명이었다고 한다. 농업기반 역시 무너져서 기근과 질병으로 이어졌고, 많은 이들이 고향을 버리고 떠나야 했다. 학자들은 거의 절만 이상의 인구가 감소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몽골군의 공격으로 당시 동방 이슬람의 중심지로 문화와 학문이 뛰어났던 호라즘 제국의 많은 문화유산들 역시 파괴되었다. 문화재는 물론 수많은 도서관, 학교, 학문기관과 귀중한 서적과 문서들이 전소되거나 소실되었다.
그렇다면 거대 제국인 호라즘은 어째서 몽골과의 전쟁에서 패했을까? 전쟁 당시 호라즘의 병력이 40만 명 정도 많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당시는 호라즘이 영토 정복을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아 100% 전력이 아니었다. 또한 외형만 커다랬을 뿐 내실이 다져지지 않았고, 각 지방의 반란위험 때문에 병력을 분산시킬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각개격파당했다고 한다. 반면 몽골군의 기동성과 민첩성은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했다.
정복왕으로 칭송받던 무함마드 2세는 카스피해의 작은 섬 아비스쿤으로 도망치지만 그곳에서 쓸쓸하게 병사했다. 그 뒤를 이은 아들 잘랄 앗 딘은 항몽 게릴라전을 펼쳤지만, 소아시아에서 쿠르드족 노상강도(혹은 암살자)에게 살해당하면서 호라즘 왕조는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되었다.
여담으로 이 대전쟁의 시초가 된 오트라르 사건과 무함마드 2세가 몽골 사신을 모욕한 것이 무조건적으로 호라즘 제국만의 잘못은 아니었다는 주장도 있다. 칭기즈칸이 처음 보낸 상인 중 하나가 오트라르 성주인 이날추크와 친분이 있었는데, 칭기즈칸의 위세를 등에 업고 이날추크의 이름을 막 부르면서 함부로 행동했다는 설도 있고, 무함마드 2세가 몽골 사신을 모욕한 것도 아날추크가 무함마드의 외가 쪽 친인척이었던 데다 칭기즈칸이 무함마드 2세에게 보내는 편지에 '사랑하는 나의 아들'이라고 지칭하여 먼저 모욕을 느꼈다는 설도 있지만 이미 제국이 멸망한 지금 공염불이 되었다. 또한 김용의 소설 사조영웅문에 주인공인 곽정이 이 호라즘 원정에 참여하여 사마르칸트 공략에 큰 공훈을 세웠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300x250'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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