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거짓으로 변호해도 될까?

변호사 윤리규약에 보면 변호사 윤리의 기본원칙 중 하나로 변호사의 '진실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즉, 변호사가 재판절차에서 의도적으로 허위 사실에 대한 주장을 하거나 허위증거 제출, 증인에게 허위 진술을 교사하거나 유도하는 것을 금지한다. 그러니까 변호사는 사실관계를 자신의 의뢰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거나 의뢰인에게 유리한 법리를 관철시키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없었던 것을 있었다고, 있었던 것을 없었다고 진실에 반하는 내용을 진술하거나 주장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변호사가 의뢰인에 대하여 '성실의무'와 '비밀유지의무'를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어기면서까지 진실발견에 협력할 의무를 지진 않는 소극적 진실발견의무를 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변호사는 적법한 수단과 방법으로 의뢰인의 이익을 대리해야 하며 의뢰인이 허위의 사실을 주장하거나 자료의 제출을 요청하는 경우 이를 거절하여야 한다. 실제 변호사가 진범이 따로 있는데 자기가 대신 유죄판결을 받겠다며 범인은닉죄를 범하려는 피고인의 의사를 안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동조하여 유죄판결이 선고되게 변론했다가 변호사 역시 범인도피방조죄로 처벌받은 사례가 있다.

하지만 형법의 처벌과 관련된 형사가 아니라 민사에서는 진실의 의미가 약간 달라지는데, 이 때 진실은 객관적 진실이 아니라 당사자가 진실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주관적 진실을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이 자기 사건에서 거짓진술을 하는 것은 처벌대상이 아니다. 피고인은 자기부죄 거부본능이 인정되므로, 진실의무의 예외자로 인정된다. 하지만 민사소송의 당사자는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해야 한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변호사들이 진실의 무위반으로 변호사협회로부터 자체 징계를 받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 법원이 진실의무를 위반한 변호사를 제재하는 일은 더욱 드물다. 그래서 변호사가 진실의무를 위반할 경우 엄중한 제재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