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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시인들은 식인을 했을까?
    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2023. 7. 1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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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초 크로아티아의 크라피나 유적에서 수십 명의 네안데르탈인 화석이 발견되었는데, 이 화석들이 부서진 조각들이 많았고, 두개골이나 얼굴 부위가 적었으며, 뼈 곳곳에 칼자국이 나 있다는 점에서 '네안데르탈인은 식인을 했다'라고 생각했다. 네안데르탈인이 동족식인설은 20세기 내내 정설로 굳어졌다. 그런데, 20세기 후반 네안데르탈인들의 훼손된 뼈에 있는 칼자국들이 짐승을 잡은 도축현장에서의 칼자국과 다르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들이 식인을 한 게 아니라 2차장(시신을 매장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뼈를 깨끗이 손질해 다시 묻는 행위, 인디언이나 우리나라도 유사한 풍습이 있다)을 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서인도 지역에 도착한 콜럼버스가 자기가 도착한 땅이 인도라고 믿고, 이곳의 원주민들을 몽골리안의 후예라고 오해해 '카니바스'족이라고 이름 붙인 후 이들이 식인종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카니발'이라는 단어가 식인을 뜻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는데, 그렇게 된 이유가 대부분 '우리 경쟁 부족원인 저놈들은 정말 무지막지한 식인종이다.', '저기에 끔찍한 식인종이 산다더라' 등의 정확한 증거가 아닌 구전과 증언에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유럽이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로 만들던 시절에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파견된 사람들이 '원주민은 사람을 먹는 미개인 중의 미개인'이라고 강조하며 자신들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식인종 이야기를 퍼트린 거라는 설도 있다. 하여간 현대에는 '식인을 주로 하는 식인종'은 없다는 내용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식인종이 없을 뿐, 식인 풍습은 엄연히 있었다. 실제 아프리카 클라지즈강 유역에 발견된 현생 인류의 골격 화석이나 베이징 원인의 화석에도 식인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동족을 먹었을까? 첫 번째로 영양학적 이유에서이다. 아프리카 뉴기니 섬의 내륙 고산지대에는 광범위하게 식인 풍습이 있는데, 이 지역이 포유류, 어류, 파충류 등 단백질 공급원이 풍부하지 않은 것이 이유라고 추측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종교적인 이유이다. 파푸아뉴기니 포레족의 경우 식인이 일종의 장례문화인데, 사람이 죽으면 모계의 친족 여성들이 시신을 다듬어 모두 함께 나눠 먹으며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일부가 돼 옆에서 계속 살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포레족과 유사하게 아마존의 야노마모 족은 죽은 사람을 화장한 후 그 재를 죽에 섞어 일가친척들이 나눠 먹는다. 일각에서는 예수님이 빵을 뜯어 자신의 몸이라고 믿고 먹으라 하고, 포도주를 따라서 자신의 피라고 믿고 마시며 자신을 기억하라고 하는 제례 역시 이러한 종교적 의미가 비유화 된 것으로 본다.

    세 번째는 위의 두 가지 이유가 결합된 예인데, 고대 아즈텍 제국의 경우 종교적 이유와 영양학적 이유로 식인이 큰 국가적 이벤트였다. 신에게의 제사와 육류 제공을 통해 자신들의 지배권을 강화시켰고, 이를 위해 인간사냥과 제물로 쓸 위성 국가 운영을 계속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태양이 떠오르면 다른 별들을 먹듯이 인간도 같은 인간을 먹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었던 기록이 남아 있다.

    하지만 심각한 비상상황이 아닌 일상에서 '쉽고', '편하게' 다량의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식인 풍습이 널리 퍼지지 않게 된 이유에 대해서 학자들은 1. 동료를 잡아먹는 것보다 함께 사냥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2. 공동체의 유대관계가 생각보다 끈끈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한 식인을 주식으로 했던 인류가 있었다고 해도 병으로 인해 사라졌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상대 인간을 먹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병원균도 같이 먹는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병이 옮을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을 뜻하는데 이 병이 치명적인 전염병일 경우 공동체 전체가 큰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다. 실제 에볼라 창궐 때 아프리카에서 시신을 만지고 키스하며 작별인사를 하는 장례문화 때문에 엄청나게 전염됐던 사례가 있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포레족의 경우 1890년대에 식인 장례 풍습을 도입한 후 극도로 쇠약해지고 근육과 신경이 마비되어 경련하다 사망하는 '쿠루'(공포에 떤다는 뜻) 병이 널리 퍼졌는데, 사망자를 해부했더니 뇌가 광범위하게 파괴돼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려 훼손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뇌 속에 있는 변형 프리온 단백질로 인해 자신의 뇌가 파괴되어 버린 것인데 '광우병’이나 사람의 크로이츠펠트-야코브(CJD)병’과 동일한 원인이다. 1957년 이후 12년 동안 무려 1,100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이후 식인풍습이 금지된 이후에는 극히 드문 병이 되었으며 2005년 이후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영국 브라이튼대의 제임스 콜 교수는 인육의 영양학적 가치를 평가해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연구 결과를 개제했다. 제임스 콜 교 수는 생존하기 위해 인육을 먹는다면 얼마만큼의 영양을 제공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고, 성인 남성 시체 4구의 화학적 구성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인체 1구의 총 열량은 125,000~144,000칼로리였다. 가장 열량이 높은 부위는 허벅지로 13,350kcal에 달했으며 상완이 7,450kcal, 하완이 1,660kcal이었다. 심장은 650kcal, 간은 2570kcal, 폐는 1,600kcal, 신장은 한쌍에 380kcal, 대장·소장은 1,260kcal로 나타났다. 총피부는 10,280kcal, 골격은 25,330kcal, 뇌와 척수 등 신경은 2,700kcal로 계산됐다. 콜 교수는 인육은 매머드 등 대형동물에 비해 열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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