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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한반도에 고려장 관습이 있었나?
    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2024. 1. 1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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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영 감독의 영화, '고려장(1963)'

     

     

    옛날 한반도에 고려장 문화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 외국인들이 쓴 책에 고려장이 묘사되어 있다는 것을 근거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객관적인 외국인들이 썼으니 신빙성이 높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외국인이 고려장에 대해 기록한 책으로는 1882년 윌리엄 그리피스가 펴낸 '은자의 나라 한국'이 있다. 하지만 그리피스의 책은 한국에 오지 않고 일본에서 한국에 대해 묘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실제 이 책에는 검증 오류 내용들이 많다고 한다. 또 1897 이사벨라 비숍이 쓴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에도 유사한 기록이 있다. 원산에서 60리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고대 무덤을 방문했을 때 고려장을 연상시킨다고 적어 놓았는데, 하지만 이 역시 소문을 적었을 뿐이지 실제로 본 것은 아니다. 

    고려장에 대한 기록이 가장 명확하게 기술된 책은 1919년 출간된 '전설의 조선'이라는 책인데, 이 책을 쓴 사람은 미와 타마키라는 일본인이다. 이후 1924년 조선총독부에서는 조선동화집에 ‘부모를 버린 사내’라는 내용을 소개했고, 1926년 나카무라 료헤이가 정리한 조선동화집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등장한다. 일본이 조선은 미개한 나라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고려장을 퍼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도 고려장에 대한 기록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쓰는 고려장은 뜻이 다르다. 말 그대로 '고려의 무덤'이라는 뜻으로 사용했다. 고려는 불교의 나라기 때문에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했고, 남은 유골을 산에 뿌렸다. 이러한 문화는 유교가 널리 퍼지면서 조상을 매장하는 것이 지극한 상식이 되었던 조선 입장에서는 이질적이고 불효한 '고려장' 이라는 매장 방법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오히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노인 공경에 큰 힘을 들였다. 고려시대에는 시정제라고 하여 80세 이상 노인에게 1명, 90세 이상 노인에게 2명, 100세 이상 노인에게는 5명의 시정을 주는 제도가 있었다. 시정은 노인을 공경하기 위해 가족의 군역을 면제해 주는 제도로 정말 큰 특혜였다. 또한 70세 이상 된 부모가 있는데 형제가 없는 사람은 외직에 임명하지 않았고, 병이 있으면 200일 휴가를 주어 병을 간호하게 했으며, 시골로 귀양 가야 하는 사람도 만약 늙은 부모가 있으면 임시로 집에 머물게 했다. 조선시대에는 이 시정제가 확대되어 세종 때에는 공노비에게도 시정법을 시행하도록 해서 노인들도 노인 공경에 힘쓰도록 했다.

    특히 조선에서는 강상죄라 하여 부모를 해하는 죄를 지었을 경우 매우 엄하게 다스렸다. 범인은 대부분 사형에 처했고 가족들은 변방으로 쫓아내거나 노비로 삼았다. 범인이 살던 집은 허물고 연못을 만들었으며, 해당 고을의 수령은 백성을 교화시키지 못한 죄로 파직시키고 심지어 압송하여 처벌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고려장 한 번 했다간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날 상황이었던 것이다. 

    물론 고려장에 대한 여러 민담이나 설화 등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나이든 노인을 산에 버리고 오는 행위 자체가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극심한 기근 등의 매우 특수한 상황에서 일어난 행위로 이를 '조선인들은 고려장을 했다'라고 정리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할 것이다. 마치 경신대기근 때 식인이 있었다고 해서 '조선인들은 식인 풍습이 있었다'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히려 고려장 이야기들이 민담이나 설화로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이고 특이하지 않은 사례라는 것을 나타내는 반증일 수도 있다.

    실제 고려장 설화들이 교훈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설이라는 주장도 있다. 항간에 퍼진 고려장 설화들은 크게 '지게형 설화'와 '문제형 설화'로 나뉘는데 둘 다 공통적으로 노인을 공경하고 효를 지켜야 한다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 원래 지계형 설화는 중국의 '효자전'과 같은 책에 실려 있는 내용이 한국으로 넘어왔으며 (중국에는 지게 대신 수레를 사용한다.) 문제형 설화는 인도 불경인 '잡보장경'에 실린 기로국의 설화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며 기로국이 고려로 바뀌고 고려장 이야기가 첨가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우리나라에서 고려장이라는 풍습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선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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