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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필 한석봉
    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2022. 8. 1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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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석봉. 이름은 '호'고 '석봉'은 호이다. 조선 선조 시대의 서예가이자 문신. "나는 떡을 썰 터이니 너는 글씨를 쓰거라." 라는 어머니와의 일화가 유명하다. 공문서의 글씨를 깨끗하게 적는 사자관으로 오랬동안 일하면서 정교하고 정석적인 글씨체로 이름이 높았다. 당대에도 중국의 서체를 모방하던 풍조가 많았는데 한석봉은 독창적인 경지를 개척하여 자신만의 서풍을 만들어 내었기 때문에 높게 평가받는다. 
    여담으로 진사시만 겨우 합격하고 대과에 합격하지 못하여 하급공무원인 사자관 이상의 직을 얻지는 못하였고 임진왜란때 중국 관리들를 자신의 글씨를 선물로 주어 잘 다독인 공로로 말년에 가평군수에 봉해졌으나 낮선 지방행정직에다 왜란 직후의 피폐한 지역 형편이 겹쳐져 군수 일을 제대로 못한다고 탄핵당해 좌천된 적도 있다. 또한 예술성이 필요한 초서와 해서에는 약하고 실용서체인 해서나 행서에 능했다고 한다. 선조가 명나라 최고 문학가인 왕세정이 한석봉의 글씨체를 극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호는 액자는 잘 쓰지만 초서와 예서는 그의 특장이 아니다. 아마 왕세정이 그렇게 말했다면 다른 뜻이 있어서일게다." 라며 의심하기도 했다.

    한석봉의 유명한 일화인 '나는 떡을 썰 터이니 너는 글씨를 쓰거라' 는 조선 말인 1869년에 나온 이원명의 야담집 '동야휘집'에 처음 나온다. 수백 년 뒤에 이야기가 나온 걸로 보아서 신빙성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한석봉은 임진왜란의 숨은 공신 중 하나였다. 그가 사자관으로 있을 때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명나라로 문서가 왔다갔다하면서 한석봉의 글씨가 명나라로 전해지게 되면서 명나라 관료들이 한석봉의 글씨에 반해 "한석봉의 글씨가 왕희지와도 견줄 만하다"고 극찬을 하게 된 것이다. 중국 관료들이 한석봉의 글씨를 오죽 좋아했으면 명나라에서 조선에서 보내는 외교문서를 한석봉이 써 달라고 요구할 정도였고, 우리나라에 파견된 명나라 장수 이여송을 비롯한 장수와 사신들이 본인 소장용과 상납용으로 한석봉의 글씨를 구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선조도 그를 아껴 대마도주가 편액을 요청하여 예조에서 석봉이 쓰게 하면 어떻겠냐고 묻자 '닭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냐?' 며 불허했고, 나중에 그가 일을 잘 못하고 태업을 한다고 상소가 와도 특별히 처벌하지 않았다. (결국 일 제대로 못한다고 파직되긴 했다)

    한석봉과 관련한 야사 중에 무례한 명나라 사신을 역관광한 일화도 전해진다. 명나라 사신 주지번이 조선에 와서 연회를 하던 도중, 주지번이 오언율시의 백운을 보여주고 이 100자로 운을 맞춰 하룻밤 안에 시를 쓰라고 무리한 요구를 한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개성의 문인인 차천로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차천로에게 부탁했는데 차천로는 술 한동이, 글을 쓸 병풍, 한석봉이 글을 쓸 것 이렇게 세가지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후 차천로는 밤새도록 술 한 동이를 마시면서 시를 즉석에서 읊고 한석봉이 이를 받아 일필휘지로 받아적었는데 다음 날 아침에 사람들이 방에 들어가 보니 차천로는 고주망태가 되어 곯아떨어졌고 한석봉은 기력이 다해 정신을 잃고 있었다고 한다. 다음 날 주지번이 글을 받아서 읽어보고 감탄한 나머지 손에 쥐고 있던 부채를 부러뜨린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한석봉은 살아생전보다 사후에 더 큰 영향을 끼쳤다. 선조 16년인 1583년 선조의 명으로 1000자의 한자로 이뤄진 한자 학습서 천자문을 편찬해 냈고 이것이 바로 후대의 모든 아이들이 서당에서 배워야 했던 '석봉천자문'이다. 또한 조선 중기 이후 국가의 문서에 주로 쓰인 글씨체인 사자관체는 한석봉의 글씨체로부터 유래되었다. 현재의 대한민국 국가 문서의 표준서체인 국가 문서 표준 서체 역시 한석봉의 글씨체를 따라 만든 서체이다. 현대에 한석봉의 글씨체를 보면 어디서 많이 보던 낮익은 글씨체 간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이유가 그것이다. 한마디로 한 나라의 글자체 '표준'을 만든 것이 한석봉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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