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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만화 검열 - CCA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2022. 6. 14. 13:12300x250
코믹스 코드 어소리티(Comics Code Authority), 줄여서 코믹스 코드, 혹은 CCA로 표기된 이 규정은 1954년 미국만화잡지협회에 의해 공표된 자율규제규정이다. 당시 미국 사회는 자유로운 청소년들의 가치관이 기성세대와 큰 충돌을 빚던 시대로 기성세대들은 자녀들을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사악한 문화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대표적인 대상이 락으로 '악마의 음악'을 자녀들이 듣는 것을 금지시켰다.만화도 그 대상 중 하나였는데 이런 사회 분위기에 불을 붙인게 프레드릭 워뎀의 '순수의 유혹'이라는 책이었다. 프레드릭 워뎀은 당시 저명한 심리학자로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시대 흑인 환자의 정신과 치료에 나서기도 했던 인물이었는데, 안타깝게도 만화에 나오는 성적 묘사와 폭력적인 장면들이 아이들에게 해악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정부가 만화를 상대로 청문회를 개최하는 등 만화의 평판은 매우 나빠졌고 사회악 취급을 당했다.
만화계는 제동이 걸린 만화 산업을 살리기 위해 만화잡지협회를 만들고 스스로 코믹스 코드라는 만화 검열 규칙을 만들었으며, 이를 지킨 만화들은 검열을 통과했다는 승인 딱지가 붙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기괴하거나 무서워 보이는 장면은 순화되었으며 여성 캐릭터의 노출은 모두 가려졌다. 폭력적인 장면들도 다 바뀌었다. 시간이 지나서 검열 기준은 점점 심해져서 내용은 무조건 권선징악이어야 하며 캐릭터의 말투도 건전하지 않으면 승인을 받을 수 없었다. 서점에는 아예 검열 승인 딱지가 붙지 않은 책들은 받지도 않았다. 스토리에도 많은 제재가 가해져서 폭탄 테러를 벌이고 살인을 저지르던 조커는 동네 수돗물을 젤리로 만들었고 만화의 빌런들은 컵케이크를 훔치거나 등장할 때 장난감이나 채소를 들고 등장해야 했다.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박혀버렸고 예술의 자유는 규제 속에 가로막혀버렸다. 이 시기는 이전의 'Golden Age'에 대한 반대 의미로 'Silver Age'로 불렸다.
1970년대 미국의 보건복지부는 마블의 스탠 리에게 '마약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만화를 만들어 달라'고 의뢰하였고, 스탠 리는 이러한 내용을 스토리에 녹여내 마약 때문에 폐인이 되어 가는 등장인물을 묘사했다. 그런데 정부의 요구사항이었고 만화잡지협회에서도 좋아할 만한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만화잡지협회에서는 검열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마약이 묘사된 것 자체가 안된다는 이유였다. 열받은 스탠 리는 마블 편집장에게 가서 그냥 검열받지 말고 만화를 낼 것을 제안했다. 스탠 리와 마블의 파격적인 선택에 언론들은 하나 둘씩 주목을 하게 되었고 만화가들 역시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물론 메카시즘 광풍이 몰아치던 50년대와는 다르게 70년대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이 넓게 퍼졌던 것도 도움이 되었다. 결국 CCA는 점점 더 완화되고 유명무실해지다가 2011년 공식적으로 사라지게 되었다.300x250'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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