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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영화의 재앙?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2023. 11. 2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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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2002년작. 감독 장선우. 주연 임은경, 김진표, 강타, 정두홍 등. 당시 한국에서 거의 시도하지 않은 가상현실을 소재로 한 SF 대작. 총제작비 110억(제작비 90억, 마케팅비 20억)이었으나 무려 100억의 손실을 기록한 기록적인 실패작으로 알려져 있었다. 당시 한국영화계는 소위 되는 장사 시점으로 흥행작들이 줄줄이 나올 때였고 (가문의 영광, 집으로, 색즉시공, 광복절 특사, 공공의 적이 모두 같은 해인 2002년 제작되었으며, 모두 300만 관객을 넘었다), 수입 외화도 반지의 제왕 시리즈 중 두 번째인 두 개의 탑과 해리 포터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인 비밀의 방 등이 개봉되었고,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스파이더맨 (샘 레이미 버전 1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대작 영화들도 개봉하여 흥행에 성공했다. 이런 시점에 CJ가 멀티플렉스를 짓는다고 발표하는 등 한국 영화계가 양적으로 팽창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또한 메가폰을 잡은 장선우 감독은 그 이전에 우묵배미의 사랑, 경마장 가는 길, 화엄경, 너에게 나를 보낸다, 꽃잎 등 흥행과 예술성을 모두 잡은 작품들을 만들었고, 나쁜 영화나 거짓말 같은 센세이셔널한 작품을 발표했던 필모그래피가 있어서 많은 기대를 받았었다. 하지만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원래 장선우 감독의 촬영 스타일이 미리 계획하지 않고 일단 찍다가 좋은 장면이 나오면 써먹는 소규모나 예술주의 영화에서 주로 쓰이는 스타일인데, 그의 제작 스타일은 블록버스터와 너무나도 맞지 않았다. 게다가 영화를 찍다가 중간에 잠적도 여러 번 하는 통에 촬영기간도 3년이나 늘어지면서 제작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되었다. 원래 예상했던 제작비는 30억원으로 쉬리 제작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제작사에서 참다못해 잠적한 장선우 대신 다른 감독을 촬영장으로 보냈더니 콘티나 스토리보드는 물론이고 촬영 일정이나 관련 기록이 하나도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프리프로덕션이 끝날 때쯤 작품의 제작비가 60억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어서 제작사와 투자자 간에 제작 중단도 논의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사고를 막기 위한 마지막 기회였을수도 있었던 이 시점에서 제작사와 투자자는 만일 이 시점에서 접으면 프리프로덕션에 들어간 10억이 공중으로 날아간다는 게 아까워서 영화 제작을 강행했다. 결국 110억을 투자한 영화는 개봉되자 난잡한 스토리, 배우들의 발연기, 허술한 구성,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설정붕괴, SF나 게임에 대한 몰이해 등 온갖 악재란 악재가 가 터지면서 총 관중 14만 명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사라진 제작비의 대부분은 촬영기간이 길어지는 와중에 스태프들의 인건비에 쓰였다고 한다. 일례로 초기에 계약했던 홍콩 액션 팀이 제작기간이 너무 늘어지자 돌아갔고 새로 데려온 액션팀은 기존 팀과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영화를 계속 뜯어고쳐야 했다고 한다. 부산이 촬영지라 들어간 숙박비도 어마어마했다. 감독 역시 자기 깜냥이 안되는 거대자본을 관리하지 못했고 감독 자신이 가상현실이나 SF계에 대한 몰이해 상태에서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려고 하다 해버렸다. 여담으로 감독은 개봉 후에 "제작비 100억 원은 큰 보시한 셈 치자. 적어도 금강경은 세상에 알렸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해 큰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후 장선우 감독은 다시는 영화를 찍지 못했다.

    이 영화의 파장도 꽤 컸다. 영화가 개봉한 2002년 한국 영화계는 500억의 적자를 봤는데, 이중 20%가 이 영화 때문이라는 계산도 나왔다.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모두 커리어가 끊기다시피 한 부침을 겪었다. 영화로 제작사인 기획시대는 도산했으며 사장은 개인회생을 밟았다. 배급사인 튜브 엔터테인먼트도 문 닫을 뻔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영화와 더불어 당시 개봉한 SF 영화들이 줄줄히 망하면서 한동안 한국에서 SF 영화가 씨가 마르기도 했다. 다만 이 영화 때문에 한국 영화판 자체가 투자자들이 손을 떼서 자금난을 겪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후에도 실미도(150억), 태극기 휘날리며(180억)등의 대작이 제작되었다. 다만 이 영화 대작에 투자하는 것보다 이후 최소한 기본은 하는 조폭 코미디 쪽으로 투자가 몰렸다는 문제는 지적된다. 투자자들 중 일부가 영화판에서 손을 떼고 뮤지컬 쪽으로 투자를 해서 뮤지컬계에서 장선우 감독에게 고마워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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