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앵카레 추측을 증명한 그리고리 페렐만이 은둔한 이유

푸앵카레 추측을 증명한 그리고리 페렐만은 푸앵카레 추측을 증명한 사람에게 걸린 100만 달러의 상금도, 2006년 필즈상도, 2010년 밀레니엄 상도 모두 거절했다. 직장이던 스테클로프 수학연구소도 그만두고 노모와 함께 은둔을 선택했다. 그가 은둔한 이유는 원래 그의 성격이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고 부와 권위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오로지 수학 연구만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느낀 수학계의 환멸 역시 한몫을 차지했다. 그는 더 뉴요커지와의 인터뷰에서 "수학 커뮤니티의 도덕적 기준에 실망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증명한 푸앵카레 추측에 대하여 중국계 미국인 수학자 야우싱퉁(丘成桐)이 페렐만의 논문을 경시하고 그의 증명에 태클을 걸고, 동료 중국인 수학자들의 논문에 손을 들어주는 등의 일이 발생했다. 야우싱퉁은 페렐만의 증명이 틀렸다며 326p의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푸앵카레 추측의 완벽한 증명"이었다.

야우싱퉁은 본인의 명성과 지위를 이용해서 설명이 불친절한 페렐만의 논문을 악용하여 페렐만의 논문을 깎아내렸다. 페렐만의 풀이에 대해 '간단한 팁만 제시한 거다'며 평가절하하는가 하면, 자기 인맥에 속한 두 명의 수학자를 시켜 풀이 증명의 마무리 작업을 시키고는 '이들이 진정으로 풀이를 증명했다'는 식의 치졸한 언론 플레이를 하기까지 했다. 이에 영향을 받은 언론들이 야우싱퉁을 옹호해 주었고, 다른 수학계에서 중국계 수학자들의 영향력 때문에 이들의 행동을 눈감아주고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심지어 그 논문은 야우싱퉁의 힘으로 심사도 없이 학회지에 올라갔다.

사실 야우싱퉁은 다양한 업적을 쌓은 당대 최고의 수학자 중 한명으로 수학계의 황제라고 묘사될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야우싱퉁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하에 중국 과학 기술계 인력의 세계 진출을 선도하는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야우싱퉁이 자기 밑의 수학자들을 끼워 넣어 밥숟갈을 얹게 한 행위는 그러한 인맥 관리로 인한 사건으로 보인다.

이후 더 뉴요커에서 야우싱퉁을 인터뷰한 후 야우싱퉁이 페렐만의 목에 걸린 필즈상 메달을 낚아채는 그림과 함께 그를 기회주의자로 묘사하는 기사를 쓰고 야우싱퉁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난리치자 완전한 사실에 입각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야우싱퉁의 논문이 올라왔던 아시아 수학 저널에서 야우싱통이 밀어준 중국인들이 페렐만의 증명을 풀어서 설명하고는 자기들이 입증했다고 했는데, 사실은 다른 논문의 짜깁기인 게 밝혀지며 "페렐만이 맞았고, 페렐만 논문의 해석 내용을 참고한 것이다. 미안하다"는 사과문이 올라왔다.

 

이후 페렐만은 노모와 함께 상트페테르부르크 교외에서 살며 모든 인터뷰를 거절하면서 은둔해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사과를 사 먹을 돈도 없이 궁핍하게 산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아니고 어머니가 하는 식당이 꽤 잘 되어서 식당 수익금과 어머니의 연금 덕분에 생활과 연구는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은둔했다지만 공적인 활동을 하지 않을 뿐 개인적인 활동은 잘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지난 8월 푸틴이 동원령 나이 제한을 65세로 늘렸기 때문에 군에 징집될 우려가 생기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