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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학의 역사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2024. 10. 24. 00:10300x250
우생학(優生學, eugenics) 인간이라는 종의 유전형질을 인위적으로 육종하여 우수한 종을 만들려는 학문을 뜻한다. 다윈의 진화론에 영향을 받아 다윈의 고종사촌인 인류학자 프랜시스 골턴이 처음 학문으로 정의했다. 골턴은 런던에 상경한 스코틀랜드 출신의 노동자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지역에서 범죄율이 매우 높다는 근거를 가지고 이들을 격리하고 그들의 피가 사회에 안 퍼지도록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다윈도 골턴의 주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점점 골턴의 주장이 극단적으로 변하고 논란이 되면서 이에 반대하는 의견으로 돌아섰다고 한다.(근데 다윈의 아들은 우생학을 믿어서 골턴의 뒤를 이어 우생학협회의 회장직을 맡았다) 사실 고대에서부터 우생학과 유사한 행동은 있었다. 스파르타에서는 장애를 가진 영아를 살해했으며, 아리스도텔레스와 플라톤은 장애인 배척 사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골턴이 1869년 'Hereditary Genius'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우생학'이라는 이름을 달게 되었다.
사실 골턴이 위에 언급한 스코틀랜드인들 거주지역의 범죄 발생률의 근거는 후천적인 소득수준같은 후천적인 주변 요인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지금 생각해 보면 매우 허술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금수저였으며 인종차별주의자였던 골턴은 '우등한 사람은 환경이 아니라 유전으로 탄생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사실 골턴은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위대한 학자 중 하나이다. 그는 우생학 외에도 기상학에서 최초의 일기도를 만들었으며 범죄자 식별을 위한 지문감식법을 최초로 고안하기도 했다. 또한 현대 통계학에서 사용하는 회귀 분석도 만들어 낸 인물이기도 하다. 우생학만 아니었으면 오늘날 훨씬 존경받는 과학자였을 것이다.
이렇게 근대에 들어 주창된 우생학은 당시 유럽 열강들의 입맛에 쏙 들었다. 피차별 인종에 대한 차별과 자신들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기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 곳곳에서 백인이 유전적으로 우월하다는 '연구결과'가 우후죽순으로 쏟아졌다. 물론 이 우생학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이 나치 독일이었다. 아돌프 히틀러는 게르만족이 우월하고 다른 민족은 열등하다고 믿고 세상은 우월한 게르만족이 지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유대인이나 집시 같은 부적격한 인종을 조직적으로 살해하는 홀로코스트를 자행했다. 또한 독일 민족 안에서도 열등한 유전자를 배제한다며 동성애자와 장애인들을 T4 작전 등으로 조직적으로 학살했다. 이러한 학살을 벌이는 한편 우생학을 홍보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프로파간다 작업도 쉬지 않았다. 우월한 게르만족을 보존한다는 논리로 '레벤스보른'이라는 기관을 설립, 게르만 특성이 강한 부모에게 강제로 아이를 낳게 했다. 혈액형 성격설 또한 우생학에서 파생되어 당시 동맹국이었던 일본으로 건너간 것 중 하나다. 재미있는 것은 나치는 우생학에 대한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찾기 위해 계속 연구를 했지만 연구를 할수록 과학적으로 인간들을 인종으로 우열을 분류할 수 없다는 결과만 드러났다고 한다. 현대에서 보더라도 나치 독일의 근거나 주장은 과학적으로 매우 잘못된 방식으로의 접근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치는 자신들의 주장에 불리한 내용은 철저하게 은폐했다.
재미있는 것은 나치 독일과 맞서 싸운 미국 역시 우생학의 열렬한 신봉자였다. 미국은 법적으로 다른 인종과 백인간의 결혼을 금지했으며, 버지니아 주에서는 우생학을 근거로 유전적으로 열등한 아동의 출산을 막는 '단종법'이 시행되어서 피해를 본 주민만 8000명이 넘는다. 인디애나 주에서는 '병 들고 질 떨어진 사람들'과 '주정뱅이와 약물 중독자'를 강제로 거세시키는 강제단종법을 제정했는데 그 희생자는 대부분 흑인이었다. 이 법은 30여 개 주로 퍼져나갔다. 캘리포니아와 푸에르토리코에서는 가임기의 히스패닉 여성을 강제적으로 자궁적출하는 시술을 실시했다. 이러한 우생학을 신봉하는 미국 흑인 민권 운동이 일어나고 시민들의 인권에 대한 생각이 높아져서 현재는 거의 사멸했으나 아직 일부 보수우파나 대안우파 등에서는 우생학을 변형시킨 새로운 이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미국 외에도 프랑코 정권의 스페인, 아르헨티나(더러운 전쟁), 브라질, 스웨덴, 스위스, 칠레, 일본 등에서도 우생학에 기반한 법이 시행됐다. 북한은 범죄자와 장애인을 대상으로 현재 가장 잔혹하게 우생학 기반 정책을 시행하는 국가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우생학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현재 우성학에 대한 연구는 윤리적, 정치적으로 매우 옳지 못한 연구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보더라도 '좋은 유전자'란 과연 무엇인지. '좋은 유전자'만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가 과연 '우월한 인종'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한계점이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유전자는 어떤 유전자가 좋은 유전자인지 나쁜 유전자인지 결정할 수 없다. 이를 다면발현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비타민 D를 합성하는 유전자는 알츠하이머씨 병의 발병과 연관된다. 겸상 적혈구 증후군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말라리아와 폐결핵에 강하다. 라론 증후군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성장을 방해하지만 암과 2형 당뇨병을 생각하면 이 인자가 오히려 우수하다. 5알파-환원효소 결핍증은 유전병이지만 남성형 탈모를 생각하면 오히려 병이 아니다. '좋은'유전자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만약 이를 정교하게 계산해서 그 비율을 정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형질은 다양한 생태적 환경에 의해 좌우되며 또한 집단 내의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의해서도 이득과 손해가 결정된다. 유전자의 우열을 절대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이미 인류 역사를 되짚어보더라도 혈통 솎아내기의 결과가 실패로 귀결된 사례는 많다. 가장 유명한 합스부르크 왕가를 비롯해서 영국을 비롯해 유럽의 많은 왕가들은 '고귀한 혈통'을 보전한답시고 근친결혼을 계속하다 유전병에 시달렸다. 투탕카멘도 근친혼으로 인한 장애가 있었다고 하며, 삼국시대의 신라 역시 성골이 사라진 이유가 근친혼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파키스탄인들의 사촌간 결혼 풍습이 태어나는 아이의 선천적 기형률이 높아지고 잇는 것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인간 외에도 '순혈'이라고 주장하는 견종들은 질병에 대한 면역력도 떨어지며 여러 유전병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가 즐겨 먹는 과일인 바나나 역시 100여 년 전 유행한 파나마병을 막기 위한 내성을 가진 품종을 만들어 전 세계에 퍼졌는데 최근 이들을 공격하는 '신파나마병'이 창궐하면서 바나나 산업이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300x250'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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