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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와 복어독(종합)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2024. 11. 10. 00:10300x250
복어에 있는 독인 테트로도톡신은 청산가리보다 5배나 치명적인 독으로 한 마리의 독이 성인 33명의 치사량이라고 한다. 테트로도톡신은 인체의 수의근을 정지시키는 마비독으로 사람의 모든 근육을 마비시키는데, 그 과정에 횡격막 및 늑간근도 활동을 멈춰서 질식해서 죽게 된다. 그런데 정신활동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않아서 복어독에 중독된 사람은 멀쩡한 정신으로 자신의 몸이 점점 마비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느껴야 한다. 게다가 이 독은 해독제도 없다. 유일한 처치방법은 독이 신장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될 때까지 중환자실에 입원해서 산소를 공급받는 것. 하지만 그것도 뇌사가 오기 전 얘기. 그래서 복어를 먹을 때는 식용가능한 부위를 제외하고 모든 부위를 제거하고 먹으며 전문자격증이 없으면 절대 취급을 하면 안 된다. 제거한 내장이나 다른 부산물 부위는 별도 폐기물로 관리, 처리해야 한다. 복어의 독은 복어가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복어가 자라면서 섭취한 먹이나 미생물, 세균 등으로 인해 만들어진다고 추측되며 실제 양식한 복어는 독이 없다고 하나 그래도 내장을 먹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과거 50~60년대 복어 중독 사망 사고는 매년 수십건씩 발생했다. 오죽하면 "대한민국 사망률 제1위는 연탄가스 중독이요, 두 번째가 북어 독"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물론 사실은 아니고 체감상 그랬단 얘기) 당시에는 워낙 먹을 게 없어서 생선장수가 생선 손질하고 버린 내장이나 부속물들을 줏어다가 끓여 먹는 일이 비일비재했는데 그중에 복어의 내장이나 알 등이 들어있었던 것. 아니면 복어의 알이나 내장인 줄 인지하고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워낙 배를 곯다 보니 혹시나 하는 생각에 먹고 죽은 사람도 여럿이었다고 한다. 복어독이 항암에 효과가 있다는 낭설이 퍼진 적도 있었고 미식가들 중엔 복어 독을 극소량 먹었을 때 손발이 저려지고 뒷목이 빳빳해지는 느낌이 기묘하고 좋아서 일부러 복어 알을 먹는 사람도 있다고 하나 절대 따라 하면 안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이 죽을 위기에 처하면 짜릿해지는 건 당연하다.
뭐 조금씩 먹어서 적응을 하면 된다느니 하는데 그러다 독이 쌓여서 어느 날 한방에 골로 갈 수 있다. 또한 같은 독이라도 복어에 따라 함량이 다르기 때문에 저 사람은 복어알을 퍼먹어도 괜찮은 거 보고 나는 딱 한 톨 먹었는데 나는 중환자실 실려갈 수 있으니 그냥 안먹어야 한다. 만화 식객에 나오는 복어알 먹는 장면이 나오긴 하는데 이건 일반적인 참복이 아니라 담수복이라 독성이 약한 황복이며, 어디서 얘기 듣고 요리사한테 무턱대고 알 달라고 하면 안 된다. 일본 이시카와현 특산품으로 복어알 절임 요리가 있는데 만드는 데(독을 빼는 데)만 3년이 걸리며 일본에서 만들 수 있는 마을은 단 3개, 그것도 완성품을 지역 예방의학협회에서 검사해서 독성이 없어야만 팔 수 있다고 한다. 복어의 독은 내장이나 정소, 알 외에도 눈알이나 혈액에도 있고, 일부 종의 경우 껍질에도 있다고 하며 현재는 전문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취급할 수 있게 되어 있고 폐기물은 엄격히 처리하고 있다. 만일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함부로 복어를 조리하거나 판매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복어를 먹을 때 미나리를 함께 먹으면 중독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 미나리는 해독 및 중금속 정화작용과 함께 간의 활동에 도움을 줘 피로 해소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술을 많이 마셔 간이 좋지 않은 경우에 꾸준히 먹어주면 숙취해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성질이 시원하여 염증을 가라앉혀 급성간염과 술로 인한 간경화에 좋으며, 이외에도 소변이 잘 나와 간의 부하를 줄여 신장 및 방광염에 도움이 되며, 황달에도 효과가 좋다는 얘기가 있다. 물론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럼 식품이 아니라 약이다)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항간에는 미나리에 많은 이소람네틴과 페르시카린 성분이 복어의 독을 중화시킨다고 하는데, 아들 성분이 항염증 작용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나리만 먹어서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정 급하면 처방을 받고 약을 먹자) 당연히 복어 독을 해독한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미나리와 복어가 맛이나 영양 면에서 궁합이 잘 맞는 것이 해독이 좋다고 와전된 것이라고 한다. 다만 미나리가 식이섬유가 많아 배변활동을 원활하게 해 주어 복어독의 체내 흡수를 줄여주는 효과는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위험한 물고기를 왜 먹을까? 소동파는 '목숨과도 바꿀만한 가치가 있는 맛' 이라고 표현했다. 옛날부터 상당한 고급 식재료로 취급받았으며 특유의 식감과 담백함과 감칠맛, 씹고 있으면 나오는 은은한 단맛이 예술적이다. 오죽하면 복어회에 제대로 빠지면 다른 회를 먹지 못한다고... 회 말고도 샤부샤부나 지리도 일품이다. 복어가 서시유(西施乳), 서시의 젖가슴 모양을 닮았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살짝 와전된 내용이다. '규합총서'에 보면 "이리(白卵)는 옛날에 ‘서시유’라 했다. 이리를 생선 배에 넣고 실로 동여 뭉근한 불로 두어 시간 끓여 먹어라”는 말이 있는데, 복어 수컷의 정소(이리)가 터지면 국물이 뽀얘지는데 그게 그게 마치 서시유, ‘서시의 젖’ 같다는 뜻이다. 모양이 ‘가슴’과 닮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사실 서시 입장에서도 자기 젖가슴이 복어 닮았다고 하면 별로 안 좋아할 듯....
복어 식용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BC2세기 진나라 산해경이며, 고대 이집트 왕릉의 벽화에도 복어가 발견되었는데 이집트인들도 복어를 먹거나 복어 독을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일본은 과거 시모노세키 지역의 향토음식이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복어 금식령을 내리기도 했으나 메이지 유신 이후 전국적으로 퍼지게 되었다. 중국도 과거에 먹었던 기록이 있으나 복어를 먹고 죽는 사람이 하도 많아 그동안 공식적으로 식용 유통이 금지되었다가 2016년에야 풀렸다. 한국의 경우 신석기 시대 유적이나 가야시대 무덤, 백제 황실 유적 등에 복어뼈 흔적이 있고, 조선왕조실록에도 복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과거라면 제대로 된 손질 방법이 체계화되기 전인데도 저렇게 먹었으니 미식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대단하다 할 수 있다300x250'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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