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로또 '용연향'

향유고래는 품질 좋은 고래기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향유고래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래기름은 조명에 사용되거나 향유, 윤활유 등으로 귀하게 사용되었는데 그중 향유고래의 고래기름의 품질이 가장 좋았다고 한다. 현재도 100%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램프 연료로 사용할 경우 매우 밝은 빛을 내면서도 냄새가 나지 않았고, 자동차 윤활유로 사용할 경우에도 고온에서도 점성을 잃지 않아 1970년대까지 애용되었다. 향유고래의 결석은 용연향(龍涎香, Ambergris)이라고 하는데 수컷 향유고래의 위석(결석)이다. 향유고래는 대왕오징어를 좋아하는데, 소화되지 않은 오징어 입 등의 키틴질 부산물들이 소화되지 않고 담즙과 함께 뭉쳐서 딱딱하게 굳은 결석 형태로 위 안에 있다가 향유고래가 토해서 밖으로 나온 것이다. 수컷 고래만 만든다고 알려져 있는데 수컷 고래들이 발정기 때 다른 수컷과 싸우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부상을 당해 소화력이 떨어져 소화불량이 됐을 때 토해내기 때문이다. 고래의 입에서 나오거나 대장에서 배설물과 함께 배출되기도 한다. 이 용연향은 물보다 가벼워 바다를 떠돌다 햇볕과 공기에 노출되면서 경화되고 해변으로 밀려오게 된다.

과거엔 용연향이 바닷새의 배설물이 굳은 것이라 생각했고 향유고래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발견한 지는 얼마 안되었다. 문헌에 따르면 BC 1천 년 경에도 이집트와 중국에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고, 특히 중국 황제들이 좋아했다고 한다. 자연상태의 용연향은 매우 심한 악취가 나는데 이것을 알코올에 녹이면 세계 3대 향이 만들어진다. 단독으로 나는 향은 암내에 가깝다고 하는데 용연향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물질의 나쁜 냄새를 희석시켜 주거나 제거해 주며 오랫동안 향기를 품어주는 성질을 가지는 것이다. 오죽하면 '방귀냄새는 지독하지만 1만 분의 1의 용연향을 섞으면 꽃향기가 나게 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옛날에는 우연히 발견된 것만을 사용했기 때문에 매우 귀향 향료였고 포경이 허용되던 시절에는 고래를 해체하여 얻을 수 있었지만, 전면 포경이 금지된 1975년 이후에는 다시 자연에서의 발견으로밖에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매우 귀해졌다. 현대에는 인공합성하거나 비슷한 향기를 내는 화합물을 대체품으로 사용한다고 하는데, 가끔 해변에서 용연향을 줍고 일확천금하는 기사가 나오기도 한다. 상태가 좋은 용연향은 1g당 45,000원 정도의 가격으로 거래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