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알래스카가 미국땅이 된 이유
    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2024. 1. 28. 00:20
    300x250

    1867년 10월 18일 러시아제국은 대한민국 땅의 15배 크기의 알래스카를 미국에 미화 720만 달러에 매각했다. 1㎢ 당 5달러의 헐값에 팔린 알래스카에서는 이후 금과 석유, 막대한 양의 석탄이 나왔다. 뿐만 아니라 냉전시기 미국이 구 소련을 견제하는 요새로서 군사적 가치도 매우 높았다.

    원래 알래스카는 북미 에스키모인의 일파인 알류트족이 살던 땅이었는데 17세기 중엽 시베리아 동쪽 끝까지 탐험하던 러시아 탐사대가 베링해협을 넘어 발견하게 되었다. 러시아인들은 알래스카의 모피를 얻기 위해 알류트족을 공격, 이들을 노예로 삼고 식민지화했다. 마침 러시아인들과 함께 넘어온 전염병으로 인해 알류트족의 80%가량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후 러시아 알래스카는 국제무역의 중심지가 되었다. 수도 노보아르한겔스크(현 시트마)에서는 중국산 옷감과 차, 미국 남부에서 필요했던 얼음 등이 거래되었으며 선박 건설과 석탄 채굴도 이루어졌다. 원주민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바다코끼리 상아와 해달 모피는 러시아 상인들의 매우 귀한 물품이었다. 당시 뿌리내린 러시아 풍습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한다.

    러시아가 알래스카의 가치와 매장자원에 대해 몰랐기 때문에 헐값에 팔았고 이후에 후회했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알래스카에 막대한 지하자원이 있다는 이야기는 그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19세기 러시아는 크림전쟁을 치루느라 재정난에 빠진 상태였다. 당시 러시아는 유대계의 세계적 금융 가문인 로스차일드가에 1,500만 파운드의 빚이 있었는데 금리도 연 5%의 고금리였다고 한다. 또한 영국 해군에게 캄챠카 반도와 알래스카를 공격당하면서 당시 영국령이었던 캐나다와 붙어있는 알래스카를 지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러시아에서 알래스카까지의 거리는 서울에서 바그다드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결국 러시아는 알래스카를 영국에 빼앗기느니 차라리 파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미국에 판매했다. 당시 러시아 제국과 미국은 우호관계였으며 미국과 영국은 앙숙관계였던 점도 작용했다. 실제 미국과 영국은 이후 알래스카 영토의 국경선과 관련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당시 미국이 알래스카를 구매한 이유는 알래스카의 지하자원이 필요해서라기보다는 러시아와 친선을 다지고 당시 영국 영토였던 캐나다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설이 유력하다. 당시 매각계획을 추진한 사람은 국무장관인 윌리엄 슈어드였는데 슈어드는 러시아가 알래스카를 판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비밀 회담을 열어 매매계약을 진행했고 거래 확정 이후에야 외부에 발표했다. 책정된 가격 720만 달러도 사실 상징적인 금액이었다. 사실 이 매매는 미국 의회에서 부결될 뻔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통과되었다. 항간에 매매 승인이 의회에서 지지부진하자 당시 러시아 측 대표인 주미 공사 에두아르트 스테클이 의회에 열심히 뇌물을 뿌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여담으로 슈어드는 링컨 암살 사건 때 암살당할 뻔했는데 그랬다면 알래스카 매매는 없었을 것이다.

    알래스카 매각 소식이 알려지자 러시아 내부에서는 압도적인 반대 여론이 일어났다. 러시아 일간지들은 "전신도 개통하고 금광도 개발하는 등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개발한 이 땅을 어떻게 팔아넘긴단 말이냐?" 라며 분개했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높았다. 미국 언론들은 "이 '얼음만 가득한 궤짝' 과 아침식사로 대구 간유를 마시는 5만 명의 에스키모 야만인이 왜 미국에 필요한가?" 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매매를 진행한 슈어드의 이름을 따서 알래스카를 '슈어드의 냉장고', '슈어드의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난했다.

    재미있는 것은 러시아의 알래스카 판매가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다. 러시아는 알래스카를 팔아버리고 남은 여력을 동아시아로 돌렸다. 베이징조약으로 연해주를 획득했고 중국을 진출하기 위한 부동항을 확보하기 위해 한반도를 목표로 삼았다. 1866년 조선이 병인양요로 프랑스와 전투를 벌이고 평양에서 미국 상선 제네럴셔먼호와 교전이 일어나던 해 러시아는 원산만 일대에 군함을 파견했다. 이후 1905년 일본과 러일전쟁을 벌이기 전까지 40여 년간 러시아는 만주와 한반도 진출을 목표로 했으며 이때 기반이 된 자금은 알래스카를 판 자금이었다.

    한편 알래스카를 구매한 미국은 50년 만에 이 땅에서 100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금, 철광석, 석탄, 석유가 쏟아져 나왔다. 막말로 '이민자가 와서 집을 지으려고 땅을 팠더니 사금이 나왔다; 수준이었다고 한다. 알래스카 매입은 미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영토 매입 사례로 기록돼있을 정도다. 재미있는 것은 아직도 많은 러시아인들이 정상적인 거래로 판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훔쳐갔다거나 임대했다가 돌려주지 않았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알래스카를 러시아에 돌려줘라'라는 온라인 서명에 수만 명이 서명하기도 했다. 2022년에는 서방에서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러시아의 해외 자산을 몰수해 충당하자는 의견이 나오자 이에 반발하며 그럼 미국은 알래스카를 돌려달라며 러시아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맞불을 놓기도 했다.

    300x250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