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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위 사건과 멍루이펑 사건, 중국의 웨이관 문화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2024. 8. 12. 00:10300x250
중국에서 2006년 크게 이슈가 된 '펑위 사건(彭宇案)'이 있었다. 2006년 11월 20일 중국 남경시에서 한 할머니가 버스를 기다리다 인파에 떠밀려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골절을 당해 8급 장애를 갖게 되고 치료비로 많은 돈을 물게 된 할머니는 가해자로 쓰러진 자신을 부축해 준 '펑위(彭宇)'를 지목하고 법원에 13만 위안(한화 약 2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걸었다. 순식간에 가해자로 몰린 펑위 씨는 자신이 무죄라고 주장하며 할머니를 부축한 것 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에서 펑위에게 할머니의 치료비 일부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났고 펑위는 결국 할머니와 합의했다.
이 사건은 전국에 보도가 되면서 사람들의 공분을 사게 되었고 판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판사가 펑위에게 '니가 안 쓰러뜨렸으면 왜 부축했냐?'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함) 그런 가운데 우한 시에 길거리에 쓰러진 한 노인을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결국 죽음에 이르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국인들이 큰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이 펑위 사건은 중국의 도덕을 50년 퇴보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 중국 허난성에는 호수에 빠진 4살, 7살 아이를 당시 대학 3학년생의 멍루이펑이 구하고 자신은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한 일이 발생했다. 언론들은 그의 희생정신을 앞다퉈 보도하고 네티즌들도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런데, 사건 이후 경찰에서 '멍루이펑이 아이를 구하다 희생됐다는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부주의로 실족사했다'라는 말이 나왔다. 구조된 아이의 부모 역시 멍루이펑이 자신들의 아이를 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결국 당시 현장에 연락을 받고 급하게 달려 온 멍루이펑의 여자친구의 증언으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여자친구는 멍루이펑의 외투와 휴대전화, 지갑이 모두 정자 아래 벤치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며 만약 그가 실족사했다면 어떻게 이런 것들이 벤치에 있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그날 근처에 있었던 목격자들의 진술도 나왔다. 그러자 경찰이 슬그머니 '우리가 그렇게 말한 적이 없는데 언론에서 앞뒤 자르고 보도했다'라며 물러서더니 결국 아이들의 부모를 취조. 멍루이펑이 실제 아이들을 구했다는 진술을 받았다.그렇다면 아이들의 어머니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 아이들의 어머니는 구조자가 죽었으니 혹시 자실에게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을까 두려워 아이들에게도 거짓말을 하도록 가르쳤다고 실토했다. 결국 그녀와 딸은 멍루이펑의 영결식장 찾아 통곡의 사죄를 올리게 되었고, 자신을 희생해 남을 구한 멍루이펑은 자칫 부주의한 실족사로 둔갑해 진실이 묻힐 뻔 했다.
이러한 사건들이 벌어진 이후 중국에서는 상대방이 위험이나 곤란에 처했더라도 돕지 않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 되었다. 실제 사고를 당한 사람들을 길거리에 그대로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가 자주 언론에 오르내렸으며, 한 유튜버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소녀가 남자에게 성추행 당하는 몰래카메라를 촬영했는데 같은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들 중 단 한 명도 소녀를 도와주지 않고 황급히 엘리베이터를 벗어나기 바빴다는 충격적인 실험결과도 나왔다.
이처럼 범죄를 목격하고도 방관하는 사람들을 중국 내에서는 '웨이관'(圍觀·방관자)이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들은 이 웨이관 현상에 대해 경각심을 갖자고 말하지만 실제 눈앞에서 범죄를 목격할 경우 황급히 자리를 뜬다. 웨이관 문화가 중국인의 시민의식을 퇴보시킨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중국 정부는 2017년 개정된 민법안을 발표했다. 개정된 민법안에는 선의로 타인을 구호하려다 피해를 입혔다면 배상 책임이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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