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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교 급식의 역사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2024. 9. 9. 00:10300x250
인터넷에 보면 우리나라의 급식 사진을 보고 미국 사람들이 '급식에 진짜 채소가 있다.', '다른 나라는 인류를 소중히 생각하는구나.', '심지어 이게 무료라고?'라는 반응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미국의 급식은 부실하기로 악명이 높은데 한국에서 아이들 급식으로 내놓았다간 곧바로 학부모들이 들고일어날 만큼 피자나 감자튀김, 맥엔치즈, 과자 등 냉동식품과 패스트푸드로 구성되어 있다. 왜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급식은 세계 최악이란 평가를 받을까? 미국은 2차 대전 이후부터 학생들의 급식을 의무화했다. 사실 지금 들으면 좀 잔인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을 잘 먹여서 잘 크게 해 놓아야 나중에 성인이 된 후 징집했을 때 잘 써먹을 수 있다는 목적이었다고 한다. (사실 세계 최초의 급식을 실시한 영국도 보어 전쟁 당시 징집한 남성들의 영양상태와 발육상태가 너무 엉망이라 이렇게 계속되었다간 큰일 난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1980년 레이건 대통령은 행정 예산을 감축하면서 아이들 급식 지원용 중앙 예산을 1/4 감축한다. 사실 당시 레이건 행정부의 입장은 "각 학교들에서 법에 정해진 것 보다 더 많은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예산을 줄여도 음식쓰레기가 줄어드는 효과가 더 좋을 것이다."였다. 하지만 당시엔 주 정부나 지방 정부가 예산이 부족해 파산을 하네 마네 하는 일이 많던 상황이라 학교 급식은 중앙정부 예산과 지방정부 예산이 같이 줄어들어버리는 크리티컬을 맞아 버린 것이다. 줄어든 예산으로는 영양사나 조리사를 고용할 수 없었고, 조리사가 없으니 학교 내 조리실도 필요 없어졌다. 이 틈을 대형 식품회사들이 파고들었다. 여담으로 영국 역시 비슷한 시기에 데처가 집권하면서 급식 예산을 줄여버리고 무상 우유 제공을 폐지했으며 급식 영양 가이드라인을 없애버렸다. 데처는 '우유 도둑'이라고 비난받았으며 이후 영국 급식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데처가 평생 가장 후회하는 일 중 하나도 우유 무상 급식을 없앤 것이라고 한다.
군대 식사와 병원 식사를 주로 하던 대형 식품회사들, 그리고 냉동식품업체들과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자신들에게 아웃소싱을 주면 훨씬 간편하고 저렴하게 아이들에게 급식을 제공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마침 '탄수화물, 단백질, 채소가 골고루 들어가야 한다' 라는 미 급식 가이드라인까지 완화되었다. 비용 문제를 줄이기 위해 '대체품'을 인정한 것인데 이 과정에서 채소의 대체품으로 가공식품이 허용되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토마토 케첩 역시 토마토로 만들었으므로 채소로 인정한다.'와 '감자튀김도 감자로 만든 것이므로 채소로 인정한다.'였다. 피자 역시 바뀐 규정 아래에서는 곡물(도우)과 단백질(치즈), 채소(케첩과 올리브)가 들어간 좋은 음식이 된 것이다. 케첩으로 유명한 하인즈 가문의 존 하인즈 상원위원조차 "케첩은 채소가 아니라 조미료다"라고 반대를 할 정도였지만 감자협회나 낙농협회, 대형식품회사들의 전방위적 노력은 그들에게 최대한의 이익이 가도록 결실을 맺었다.
또한 80년대는 마침 기술의 발달로 냉동식품이 큰 인기를 얻던 상황이었다. 'TV 디너'라고 하여 전자렌지에 간단히 데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TV를 보면서 준비하고 TV를 보면서 먹을 수 있다는 간편 냉동식품이 인기를 끌게 되었는데 급식 역시 이러한 냉동식품이 주류가 되었다. 또한 급식 가이드라인에 지방과 설탕의 제한이 엄격하지 않다는 점도 악용해서 아이들 입맛에는 좋지만 결코 건강에 좋지 않은 패스트푸드들이 아이들의 학교 급식을 차지했다. 물론 2가지 야채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긴 했지만 하나는 케첩이 차지했고 나머지 하나는 냉동보관과 유통이 용이한 냉동완두콩과 냉동감자, 혹은 감자튀김이 들어갔다.
결국 이 피해는 아동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2010년 무렵 미국 아동의 1/3이 비만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절대적으로 돈의 논리에 입각한 정부의 예산 삭감과 예산과 편의성만을 신경쓴 학교, 그리고 부모의 무관심이 함께 이루어 낸 효과였다. 물론 이를 막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미셸 오바마는 아이들의 급식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더 많은 채소와 통곡물, 더 적은 설탕과 지방, 소금을 사용하여 아이들의 급식을 만들어야 한다며 캠페인을 지속했고 법제화를 이루었다. 야채를 풍성하게 하고 칼로리를 제한한 미셸 오바마의 급식은 처음에는 많은 지지를 얻었지만 곧이어 심각한 반대에 휩싸이게 되었다. 패스트푸드와 냉동식품에 입맛이 절여진 아이들이 새로운 급식을 먹지 않고 그대로 버려버리고 도시락을 싸 오거나 매점에서 점심을 때운 것이다. 학교는 학교대로 남은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비용이 들어 볼멘소리가 나오게 되었고 어떤 학교는 아예 지역 노숙자들에게 남은 음식을 제공하는 계약을 맺을 정도였다. 결국 기존 급식업체들의 로비가 이어졌고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미셸 오바마의 개혁안은 폐기되었다.
나아가 2023년에는 '런처블'이라는 메뉴가 나오게 되었다. 크래커와 햄, 치즈로 구성된 이 키트가 점심식사로 인정을 받게 되었는데 제공 업체는 '물류 보관이 용이하고 학교의 인건비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라며 홍보했다. 한마디로 비즈니스로서의 급식 효율로는 최고라는 뜻이다. 이 런처블 키트가 올해에는 더 많은 학교에 채택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기존 급식업체들 역시 모르는 물가 상승을 이유로 기존에 제공되던 급식의 양을 줄이거나 메뉴를 빼고 있다.이러한 미국의 부실 급식은 대부분 공립학교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돈 많이 드는 사립학교 급식들은 양질이라고. 또한 이렇게 급식이 부실하게 된 이유 중에는 미국의 경우 우리처럼 하루종일 학교에 있지 않고 집에 가서 밥을 먹을 충분한 시간이 있고, 미국인들은 집에서도 패스트푸드나 냉동식품을 많이 먹기 때문에 거부감이 덜하단 점, 미국이 워낙 다인종국가다 보니까 점심 먹는 걸 별로 중요하게 생각 안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점 등도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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