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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서 전파되어 일본의 국민요리가 된 야키니쿠
    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2024. 11. 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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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키니쿠(やき肉にく)는 말 그대로 구운+고기를 뜻한다. 일본은 예전부터 육식금지령 때문에 고기를 많이 먹는 민족은 아니었다. 일본인들이 고기를 먹기 시작한 것은 메이지 유신 이후인데, 과거 한민족은 불판 위에 고기를 적당히 얇게 썰어 기름과 간장으로 양념해서 구워 먹었고, 이것이 일본으로 넘어가 달착지근한 왜간장을 구워 먹은 것이 지금의 야키니쿠의 원조가 되었다.

    이런 야키니쿠가 한국에서 넘어왔다는 것을 부정하는 주장도 있다. 전후 일본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식문화라는 것이다. 애초에 한국은 굽는다는 조리법 자체가 없었다는 거짓말부터 고기를 구워 먹는 문화는 만국공통이며 현재 야키니쿠 스타일은 일본이 발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일본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깊게 들어가 본다면 전후 일본에서 생겨난 문화인 것은 맞지만 그것이 스스로 자생된 것이라기보단 한국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야키니쿠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먼저 호루몬(放るもん)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일본식 곱창구이인 호루몬은 버리는 것이라는 뜻으로 돼지나 소 내장을 일컫는다. 일본은 고기를 먹은 역사가 짧아서 소나 돼지의 내장을 다루는데 서툴다 보니 대부분 버렸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익숙했기 때문에 일본에 있던 한국인들이 저렴한 내장을 구워 먹기 시작한 것이 호르몬 구이였다. 가난했던 재일교포들이 좋은 고기를 살 수 없어서 일본인들이 안 먹던 부위를 구워 먹던 것이 야키니쿠의 원조인 것이다.

    또한 호루몬은 오사카 사투리인 '호루모노'에서 왔다고 하는데, 야키니쿠는 오사카가 가장 유명하다. 태평양 전쟁 이후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살던 지역이 오사카였는데, 당시 남겨진 조선인들은 일본 국적이 없어서 직업을 구하기 어려웠고, 그래서 생계를 꾸리기 위해 장사를 하면서 오사카에 큰 한인촌이 생겨났고, 자연스레 그곳에 야키니쿠 식당 거리가 생겨나게 되었다. 당장 1970년대 일본 자료를 보더라도 "조선 요릿집에서 파는 야키니쿠"에 대한 내용을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본의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 불교의 영황을 받은 텐무 덴노가 서기 675년 칙서를 내려 소, 말, 개, 원숭이, 닭 등 다섯 종류(이후 원숭이를 빼고 돼지와 양을 더해 육축(六畜)으로 바뀌었다)의 가축의 살생과 식육을 금지했다. 이 칙령은 메이지유신 이후인 1872년 해제될 때까지 1,200년간 지속되었다. 그동안 사람들 사이에서는 육식은 더러운 것으로 인식이 생겼고 '살생하고 고기를 먹으면 지옥에 떨어진다'는 인식이 깊게 뿌리 박히게 되었다. 육식금지령 해제 당시 천왕이 직접 공개적으로 고기를 먹는 모습을 보이며 해제되었는데 처음에는 1천 년 동안 내려온 전통이 사라진다며 반발이 심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자객이 궁궐에 침입하기도 했다고.

    물론 그동안 고기를 아예 안 먹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일부 지배층은 여러 꼼수를 써가며 먹었고, 약용이라며 먹는 경우도 많았다. 하층민들이 굶주림에 지쳐서 몰래 잡아먹는 경우도 있었다. 그밖에 '멧돼지는 산에서 나오니 채소다.', '오리는 물에서 나오니 물고기다' 라는 황당한 주장도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비추어 볼 때 백번 양보해서 야키니쿠가 일본 요리라고 인식한다고 해도 한국의 영향을 어떻게든 받았으리라고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실제로 일본의 고기요리의 대부분은 메이지 유신과 육식금지령 해제 이후 만들어진 요리들로 한국(야키니쿠, 호르몬, 모츠나베 등), 중식(징기스칸 요리, 교자, 라멘), 양식(돈카스, 고기감자조림, 카레) 등 외국의 영향을 받았으며 스키야키 같은 자생요리도 원래 야채만 먹다가 얇은 고기를 추가하고, 고기의 냄새를 가리기 위해 익숙한 비린맛인 계란맛을 첨가하여 날계란물에 찍어 먹는 등 개량한 것이다. 우리처럼 짜장면이 중국에 없다는 이유로 "이것은 중식이 아니라 한식이다"라고 주장하지 않고, 한국인 입맛으로 개조된 쌀국수를 "이것은 베트남의 '포'와 완전히 다른 한국 음식이다."라고 우기지 않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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