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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가포르는 정말 청렴한 나라일까?
    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2024. 12. 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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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는 정부의 부패인식지수(청렴도를 국가별로 나타내는 통계) 순위가 매우 높은 나라라고 알려져 있다. 공무원들의 연봉을 매우 높게 주는 대신 (장관 월급이 미국 대통령 월급보다 높다) 부정행위를 저지르면 가차 없이 처단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싱가포르는 1960년대부터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탐관오리조사국(부패행위조사국, CPIB)에 막강한 권한을 주었고 관료주의 시스템 하에서 부정부패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뇌물수수 외에 분식 회계, 횡령, 수수 제공 등 모든 종류의 부정부패를 처벌하게 하였으며 양형을 높였고, 부정부패로 얻은 수익은 모두 국고로 반환하게 하였다. 심지어 부패 공직자가 사망하더라도 부정하게 얻은 돈을 압류할 수 있도록 법도 개정했다.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는 '짖는 개 보호법'을 만들어 비리를 폭로한 공무원을 국가 차원에서 보호했다. 이러한 결과 1940년대 대영제국 전체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였던 싱가포르는 2020년대에 이르러 전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그 청렴성이 국부라고 칭송받는 리콴유의 일가들에까지 적용되는가 하면 꼭 그런 건 아니다. 싱가포르의 기간산업이나 주요 회사는 모두 리콴유 일가와 여당인 인민행동당이 독차지하고 있다. 리콴유 가문은 싱가포르의 정치, 경제를 견고하게 지배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싱가포르의 청렴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반면 정경유착이 세계 5위일 정도로 (2014년 기준) 기업과 정부가 결탁해 있다라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참고로 이 수치는 부정부패가 만연한 것으로 알려진 이탈리아보다 더 높은 순위이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기업은 '테마섹 홀딩스'이다. 테마섹은 싱가포르 대기업의 다수를 소유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산업을 지배한다. 테마섹은 싱가포르 정부가 주식의 100%를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테마섹은 '투자'라는 명목 하에 싱가포르의 주요 기업들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싱가포르 항공과 싱가포르 개발은행(DBS), 통신사인 싱텔, 부동산 업체인 싱가포르 캐피털랜드 등 싱가포르에서 내노라 하는 기업들이 테마섹의 지배 하에 있는 것이다. 이들 회사들은 명목상으로는 "민영기업"이지만 국영기업으로 운영되는 이유이다. 그리고 이 테마섹의 CEO는 리콴유의 며느리인 호칭 여사이다. 그밖에 싱가포르에서 이권이 따르는 국영기업이나 관변단체의 수장, 또는 정부 요직들은 상당 부분 리콴유 일가나 그 측근들이 차지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탐오조사국은 심지어 영장 없이 심증만으로도 피의자를 체포, 구금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서슬 퍼런 부정부패 척결이 일반 공무원, 국민에게만 해당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공직자 부정을 엄단한다는 탐오조사국도 정권 관계자들이 대거 연루된 국영 대기업이나 고위 공무원(리콴유 집안이나 친인척)의 잘못은 손을 잘 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들은 인터넷이 통제되고 언론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가 없는 데다 상당수의 언론사가 국영 기업 소유이며, 이 기업은 총리 일가의 사람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싱가포르 시스템상 잘 드러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싱가포르에서 고위직을 소수 명문가 일원들이 꽉 잡고 있으며 세습까지 하는데다 월급까지 높으니 고위층 인사들은 굳이 비리를 저지를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이들 극소수 가문은 철저한 엘리트주의 교육으로 일반 국민들 사다리를 오를 기회를 제한한다.

    리콴유는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없애고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건국 초기부터 두 가지 정책을 썼다. 첫째, 장관은 부자들로만 구성한다. 둘째, 공무원에게 기업보다 더 높은 연봉을 준다. 싱가포르 공무원의 연봉은 고소득 5% 이내에 든다. 그렇기 때문에 싱가포르 공무원이 되려면 매우 어려운 경쟁을 이겨 내야 한다.

    싱가포르의 엘리트 교육은 독재자의 핵심 지지 세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볼 수 있다. 싱가포르는 초등 4학년 때 우열반이 정해지며 초등 졸업시험 후 상위 60%만 중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중위 20%는 초등학교를 2년 더 다닌 후 졸업시험에 합격하면 중고등학교에 진학하지만 하위 20%는 직업훈련원으로 보내진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면 기술학교로 간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입시지옥을 돌파하면 학생 때부터 집권당인 인민행동당의 당원으로 영입되어 특별 관리를 받게 된다.

    싱가포르의 공무원은 별도의 시험 없이 우수 학생 중에서 교사와 교수의 추천으로 뽑히며 이들은 이후 국가의 요직을 독점하는 지배계층이 된다. 이렇다보니 시간과 자본을 투자하여 자녀에게 엘리트 교육을 하는 지배계층의 자녀들만 대물림과 여러 학연과 지연을 통해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고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계층을 올라간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한 채 점점 빈곤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1인당 국내총생산이 세계 11위이지만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 역시 선진국 중 상위권이다 한국보다 높고 양극화의 나라라고 알려진 미국도 제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이 소득양극화는 현재 싱가포르 내에서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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