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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의 장어 젤리는 과연 괴식일까?
    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2025. 2. 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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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어젤리. 장어를 듬성듬성 잘라서 기본양념한 육수에 푹 삶은 다음 식혀서 굳힌 영국요리. 18세기 런던 동부 아스트엔드 지역의 향토요리다. 쉽게 말하면 누른 돼지머리와 비슷한 원리라고 보면 된다. 

    이스트엔드는 산업혁명 당시 노동자와 빈민들이 몰려 살던 지역으로, 잭 더 리퍼의 활동무대이기도 했다. 이런 낙후되고 못사는 지역의 사람들에게 템스당에서 잡힌 장어를 저렴하게 공급하다 보니 만들어진 요리라고 한다. 템스강의 수질은 나쁘기로 악명 높은데 저급수에서도 사는 장어 정도가 그나마 잡혔다.

    음식의 기원은 장어를 삶아 먹으려다 둔 것이 장어의 콜라겐에 의해 굳은 것이라고 본다. 보통 바쁜 노동자들이 길거리 가게나 노점상들이 삶아 놓은 장어젤리를 쉽고 빠르게 먹을 수 있으면서도 높은 칼로리를 제공하는 패스트푸드 개념이었다. 만들기 쉽고 저렴하며 쉽게 상하지 않아 빈민들이 주로 먹었다고 한다. 지금도 런던 동부 토박이인 코크니들의 전통요리이다. 

    장어를 제대로 손질하지도 않았고 향신료도 많이 안쓰지만 그로테스크한 모습과 더러운 식감에 비해 고기의 맛 자체는 생각보단 나쁘지 않다고 한다. 주로 젤리 안의 고기만 먹으며 뼈는 입안에서 발라내서 버린다. 칠리식초 같은 시큼한 향신료 등으로 비린 맛을 잡기도 한다. 유사하게 장어를 이용한 장어 스튜나 장어 파이 등의 요리도 있다. 영국 요리 중에 민스파이도 원래는 장어파이였는데 템즈강 장어가 급감해서 가격이 폭등하자 대신 다진 쇠고기를 넣은 것이라고 한다.

    사실 장어파이가 괴식의 대명사가 된 것은 영국 요리 자체가 가진 악명과 선입견, 제대로 된 레시피나 먹는 방법을 모른 사람들이 도전해보고 만들어진 악평, 당시 영국의 역사와 사회생활에 대한 무지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실 물고기를 삶아 먹는 생선젤리는 다른 나라에도 많지만 유독 영국의 장어젤리가 부각된 결과이기도 하다. 

    현재 영국에서도 어려서부터 장어젤리를 먹어봤던 나이든 노인들을 제외한 젊은이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현재는 장어를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고 먹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다 보니 장어파이를 파는 음식점도 거의 사라지는 추세라고 한다. 다만 영국에 온 여행객들이 즐겨 도전하기 때문에 일부러 메뉴에 남겨놓았다는 가게도 있다.

    여담으로 우리나라에는 '데이비드 베컴이 보양식으로 먹는 음식'이라는 낭설이 퍼져 있기도 하다. 사실 베컴은 이스트엔드의 코크니 문화 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먹던 장어 젤리를 즐겨 먹었었고, 한 인터뷰에서 아직도 좋아하며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장어 젤리를 먹는다고 한 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KBS 스펀지 제로에서 베컴이 장어젤리를 즐겨 먹는다는 내용을 다루고, 2010년대 초반 언론에서 갑자기 근거가 없이 '베컴이 원기회복용으로 먹는다'라는 내용이 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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