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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곰 습격 급증과 엽사들의 고충
    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2025. 11. 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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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일본에서는 깊은 산속에서 사는 곰들이 민가로 내려오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 인명피해도 작년 한 해 동안 85명이었는데 올해는 9월까지만 108건으로 증가했고 사망자도 두 자릿수에 육박해 역대 최악 수준이라고 한다. 곰 개체 수도 늘어서 지난 15년간 1.3배에서 1.4배 정도 증가했다고 하며 특히 불곰은 최근 30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곰들이 2024년과 2025년 심한 폭염으로 산에 먹이가 부족해지자 먹이가 있는 사람들의 거주지로 점점 영역을 넓혀오고 있는 것.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곰의 공격 패턴이다. 이전에는 곰이 가진 공격성에 의해 발생했다면, 올해 사고는 사람을 '먹이'로 인식한 듯한 공격 패턴이 다수 확인됐다.

     


     이렇다 보니 민가로 내려오는 곰은 곰 사냥 면허를 가지고 있는 엽사들이 나서서 처리를 해 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문제가 심각하다. 일단 곰 사냥 기간에 수렵구역이 아닌 곳에 곰이 나올 경우 엄청 복잡한 확인과 행정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게다가 총을 쏠 때도 반드시 민가 등 건물을 향해 쏘지 말 것, 흙이 있는 구릉지를 향해 쏠 것, 위로 쏘지 말 것 등 규제가 심하다. 엽사 수 자체도 줄어들고 있다. 곰 포획 등에 투입되는 소총·산탄총 면허 소지자는 1975년 약 49만 명에서 2020년 9만 명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기존 엽사들의 고령화도 발목을 잡고 있다. 총기면허가 있는 사람들은 점점 나이가 드는데 신규로 면허를 따는 젊은이의 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엽사들이 받는 처우가 좋은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지자체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곳은 2시간 기준 3천 엔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니까 시금 1,500엔이란 얘기다. 결국 총알비나 교통비는 엽사가 자체부담해야 한다. 곰사냥에 필수적인 사냥개를 키우는 경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엽사들은 자기 취미를 위해 돈과 시간을 들여 사냥 면허를 땄는데 곰이 출몰하면 와서 잡으라고 강제하고, 또 그 과정에서 책임은 엽사들에게 전가하는 상황이 계속되니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홋카이도 엽우회가 앞으로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될 시 출동을 거부하도록 하라' 라며곰으로 인한 피해 구제 요청에 무조건 응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엽사와 지자체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최근엔 한 지자체 의원이 곰사냥 의뢰를 받고 출동한 엽사에게 갑질을 하는 통해 현지 엽사회가 다시는 해당지역에 출동하지 않겠다고 보이콧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사람이 당연히 맞으면 안 되겠지만 곰을 노리고 쏜 총알이 만일 다른 사람 집이나 시설물을 맞추면 그거 수리비도 엽사가 부담해야 했다고 한다.

     

    도심에서는 원칙적으로 극히 예외상황이 아니면 아예 총을 쏠 수 없었다. 실제로 한 엽사가 시내에 출몰한 곰에게 총을 발포해 쫓아냈는데, 일본 공안에서 총알이 민가에 닿을 수 있다며 총기면허를 취소한 사례도 있었다.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렸는데 공안위원회가 나서서 총도법 위반으로 총 소지 허가를 취소한 것. 결국 해당 엽사가 총알이 민가에 닿을 위험이 없다며 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했다. 이 사건을 두고 공안이 아베 암살 후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인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곰 습격 문제가 너무 심해지니까 법을 개정해서 지자체장 판단에 따라 도심에서도 엽총을 사용할 수 있게 규정을 바꾸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도 긴급성이 인정되고, 엽총 사용 외 다른 방법이 없어야 하고, 사람이 총 맞을 우려가 없어야 하며, 주변을 통행금지 구역으로 정하고, 주민들을 미리 대피시켜야 하는 등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특히 '곰의 2m 이내로 접근해서 아래를 보고 총을 쏴라' 라는 규정은 일본 내에서도 많은 욕을 먹고 있다. 살상력 약한 엽총으로 쏘면서 곰한테 저정도까지 접근하라는 건 죽으라는 거냐며 저 규정 만든 사람에게 실제로 해 보라고 시키라며 비난이 높다. 무조건 총구를 하향으로 놓고 쏴야 하는 것 역시 총알이 공중으로 날아갔다가 유탄으로 다른 사람이 다칠 수도 있다는 이유라고 한다.

     
    게다가 엽사들에 대한 인식도 안좋아서 엽사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면 '너네 취미로 엽사일 하는 거 아니냐. 돈 조금만 받고 일해라.'라고 엽사들을 비난한다고 한다. 심지어 '곰이 불쌍하니 마취총으로 잡아라'라는 의견도 실제로 있다. 삿포로 주택가에 침입한 곰을 잡은 어떤 엽사는 누군가가 전화를 걸어 "인간은 75억이나 있으니 인간이 한둘 정도 죽어도 상관없다. 불곰이 더 중요하다." 라며 30분 넘게 불평한 사람도 있었다고 하며 곰 사살 기사가 나면 해당 지자체에 민원폭탄과 항의전화가 쏟아져 업무를 보지 못할 지경이라고 한다. 


    이렇게 곰에 대한 피해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엽사에 대한 대우가 열악해서 엽사들이 곰 사냥 출몰을 거부하는 일이 잦아지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일본 정부도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일본 환경성에서는 지자체가 수렵 면허와 구제 기술을 갖춘 인력을 '공무원 헌터'로 직접 고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교부금을 신설하기로 하고,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전문 인력을 채용하거나 기존 공무원을 대상으로 사격, 포획 훈련을 실시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기로 했다. 보상금을 인상하는 지역도 있다. 사고가 다수 발생한 아키타시는 곰을 포획한 헌터에게 1마리당 1만 엔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담긴 긴급 대책을 발표하고 또한 현장에 출동하는 사냥회 회원 보상도 현행 4000엔에서 8000엔으로 두 배 높였다. 참고로 두 배 높인 게 저만큼이다.
     
    곰 사냥을 민간 엽사에게만 맡기지 말고 자위대가 나가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카타현 지사가 방위대신에게 모든 현민들의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고 있는 비상사태라며 자위대의 파견을 정식요청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자위대가 파견을 나가긴 했지만 직접적인 곰 사냥이 아니라 후방에서 물자운송 및 정보활동 등의 지원활동을 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하니 직접적인 효과를 얻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ps) 곰이랑 맞장 뜨면 이길 수 있지 않겠냐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데, 지난달에 프로레슬링 심판이자 프로레슬링 단체 대표 등을 맡았던 사사자키 카츠미(타이거 카츠미)가 곰에게 사망했다. 향년 60세로 프로레슬링계에서 은퇴 후 이와테현 키타카미시의 온천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사람보다 작은 반달곰에게 잔혹하게 사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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