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깃밥의 유래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2026. 4. 24. 00:10300x250

과거 한국인들은 밥을 어마어마하게 먹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기록된 쇄미록에는 성인 남자는 한 끼에 7홉을 먹었다고 하는데 이는 오늘날 밥그릇의 7배나 되는 양이다. 구한말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도 조선인들이 밥을 어마어마하게 먹는다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나마 조선시대는 고구려 시대보다 식사량이 많이 준 거라고 한다. 이렇게 우리 조상들이 밥을 많이 먹었던 이유는 농업 노동 등으로 인해 열량 소모가 높았고 밥 의외에는 딱히 열량을 얻을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성향은 아직까지 남아서 '밥 먹었냐?'라는 식사 안부가 중요한 인사말이 되었고,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라는 속담이나 '밥심'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다.
원래 한국인들이 밥을 풀 때 사용하던 그릇은 주발이었다. 주발에 가득히 고봉밥으로 먹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다가 우리가 현재도 식당에서 흔히 보는 스테인레스 공깃밥이 메인이 된 것은 1970년대였다. 6.25 이후 우리나라는 식량난 및 식량자급 문제가 매우 심각했다. 이승만 정부에서는 1956년 '절미운동', 즉 쌀 절약운동을 전개했다. 이후 박정희 정부에서는 '혼분식 장려운동'으로 발전했다. 당시 정권의 정치적 안정이 보릿고개를 없애는 것에 달려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쌀보다 분식이 영양가가 높다.", "미국아이들이 키가 큰 것은 밀가루 때문이다." 라며 국민을 호도하는 일도 있었다.
그래도 쌀 소비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자 박정희 정권은 무미일(無米日)이라 하여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쌀로 만든 음식을 판매하지 못하게 했고,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그때까지 주로 9분도로 도정되던 쌀을 무조건 7분도 이하로 도정해 유통하게 했다. 가능한 쌀의 껍질을 최대한 덜 벗겨내 부피를 늘려 밥 한 그릇에 들어가는 쌀알의 수를 최대한 줄여보려는 시도였다.
또한 밥그릇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1973년 서울시에서 서울 시내 음식점을 대상으로 지름 11.5cm, 높이 7.5cm의 밥그릇을 사용하도록 권장한 데 이어, 1974년부터는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밥그릇을 전면 금지하고 무조건 스테인리스 밥그릇만 사용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1976년 서울시 전체 음식점이 지름 10.5cm, 높이 6cm 스테인리스 밥그릇만 사용하도록 의무 규정을 만들었다. 담을 수 있는 용량도 5분의 4로 제한했고 손님이 원할 경우 반 그릇을 더 주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처음에는 1개월 영업정지, 2번 걸리면 허가 취소로 가혹했다. 이후 해당 규정은 1981년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전 세계에 유래가 없는 군사정권에서나 가능할 법한 밥그릇 강제규정이었다. 당연히 식당들은 반발했다. 당시 신문기사를 보면 "현행 밥그릇을 사용해도 밥을 남기는 사람이 거의 없고 오히려 양이 적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쌀 절약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두 번씩 날라야 하므로 일손이 번거로와지고 새 그릇을 장만하려면 비용도 적지 않게 들어 지시를 따르기가 곤란하다."라는 식당 주인의 하소연이 나온다. 하지만 독재정권에 이러한 하소연이 먹혀들 리 만무했고, 10년 넘게 시행령을 강제한 결과 '공기'는 밥의 양을 재는 표준 단위로 자리 잡았고, 한 끼에 먹는 정량이 되었다.
2012년에는 기존 그릇보다 더 작은 지름 9.5cm, 높이 5.5cm의 더 작은 밥그릇이 대부분 음식점에 보급이 됐다. 그런데 이 때는 음식점들이 오히려 반겼다고 한다. 마침 다이어트 열풍이 불 때라 밥 식사량이 줄어서 밥이 남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스테인레스 그릇이 가볍고 튼튼하면서 관리가 쉽다는 장점도 있었다. 온장고가 보급되면서 손님이 몰리지 않는 시간에 미리 밥을 퍼놓았다가 손님이 오면 온장고에서 밥공기를 그냥 꺼내서 주면 되었기 때문에 일손도 덜 수 있었다. 전국 표준 규격 그릇이라 밥 식사량 가지고 시비가 생길 일도 없었다.
밥 한 공기에 들어가는 밥의 무게는 약 200g이라고 하며, 햇반 같은 즉석밥 제품도 이에 맞춰 기본 용량을 맞췄다. 또한 맞춤법 규정에 따르면 공깃밥이 맞는 표기이며 공기밥은 비표준 표기이나 공기밥이라고도 많이 쓰인다.300x250'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헌황귀비 엄상궁 (0) 2026.04.26 페드라 다 가베아 산 (1) 2026.04.25 시정마는 정말 교미를 하지 못할까? (0) 2026.04.23 면천된 노비 임복 (0) 2026.04.22 마패 (0) 2026.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