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린탄

백린(白燐, white phosphorus, WP)탄. 소이탄의 재료를 백린으로 사용한 것을 일컫는 용어로 최초의 백린탄은 2차대전때 영국군이 독일의 대전차전 및 토치카 무력화 용도로 개발되었는데, 이후 필리핀 작전과 일본 본토의 도쿄대공습, 6.25전쟁과 베트남전쟁까지 '요긴하게' 잘 사용되었다. 기폭하면 폭약 자체의 위력 외에 내장재의 화학반응을 이용해서 강력한 연소를 일으키는게 특징인데, 주로 인명살상용과 연막탄 용도로 사용된다. 백린탄 사용이 국제적으로 강력하게 비난을 받는 이유는 그 성능의 극악함 때문이다. 일단 백린탄이 한번 터지면 소화를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람 살에 엉겨붙어 불타는데 물을 부어도 오히려 화상 입는 부위만 늘어날 뿐 꺼지지 않으며, 심지어 물속에 담궈도 불씨가 꺼지지 않고 살아있다가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다시 불타오른다고 한다. 실제 백린탄에 인체가 닿으면 식염수나 물에 적신 패드를 덮어 추가적인 백린의 산화를 막거나 위급한 상황인 경우 닿은 부분을 긁어내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피부에 닿으면 칼로 살점을 도려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뿐만 아니라 백린이 살에 닿는 것 자체로도 화농과 괴저 등의 화학 화상을 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백린이 녹아 체내로 흡수될 경우 백린 자체의 독성으로 사망할 수 있으며, 백린 연기를 마시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백린이 공기중의 산소와 만나면 오산화이인이 되는데, 이 오산화이인은 강력한 탈수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연기가 눈에 닿거나 기타 점막에 닿을 경우, 그리고 폐로 흡입할 경우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다. 또한 이 오산화이인이 물과 반응해서 인산을 형성하면 엄청난 열을 발산한다. 이 인산이 사람 몸에 습기가 있는 눈이나 입안, 폐에 달라붙는다고 생각해 보자.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 비인도성과 흉악성으로 인해 민간인에게 사용할 경우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 최근에도 시리아와 이스라엘에서 민간인 상대로 백린탄이 사용되면서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으며,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사용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현재 아직까지 이 백린탄을 정규군 제식으로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그리고 한국이 있다. 미국은 걸프전까지만 해도 백린수류탄을 사용했다고 하며, 이라크 전쟁에서도 사용했다는 의혹이 있다. 러시아 역시 2차 체첸 전쟁에서 사용한 포탄 중 무려 1/4가 연막탄이라는 조사결과가 있는데, 이들중 상당수가 백린탄이었다는 의혹이 있다. 우리 국군도 북한의 남침 대비용이라는 명목으로 백린탄을 보유하고 있는데, 1973년 철책 표지판 작업을 하던 군인들이 북한 GP의 공격을 받자 105mm 견인포로 백린탄을 발사, 단 한발의 백린탄이 GP에 명중, GP 안에 있던 북한군 전원을 몰살시킨 전례가 있다. 이후 이 사건은 사건이 발생했던 3월 7일을 따서 3.7완전작전이라고 불려지고 있다.

위에 언급한대로 이스라엘에서는 이것을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대상으로 쏘아버려서 국제적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애초에 이스라엘 국민들은 팔레스타인 지구에 폭격하는 걸 인근 언덕에서 술먹으면서 구경하는 민족들이니 할 말 없다.) 얼마전 우크라이나의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가 "러시아가 포파스나시에 백린탄을 사용했다." 는 주장을 사진과 함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백린탄을 맞아 아기가 완전연소되어버린 사진이라던가, 백린탄이 휩끌고 지난 거리에 타다남은 유골들이 굴러다니는 모습, 백린탄을 맞아 팔이 통째로 타버리거나 몸 여기저기에 구멍이 난 끔찍한 사진 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사진들을 보면 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백린탄 사용이 규탄대상인지 이해가 갈 것이다.

백린탄과 관련된 정확한 국제협약은 1983년 12월에 발효된 '과도한 상해나 무차별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는 특정재래식무기의 사용 금지 또는 제한에 관한 협약'(특정 재래식무기 금지협약, CCW)이다. 다른 말로는 '비인도적 재래식무기협약'이라고도 한다. CCW는 전쟁희상자의 보호를 위한 1949년 제네바 제협약의 공통 제2조와 제1추가의정서 제1조 제4항에 따르며(아마 이것때문에 사람들이 제네바 협약에 해당된다고 착각하는건지 모르겠다.) 4개의 부속의정서로 구성되어 있는데, 부속의정서는 제1의정서(X레이 탐지불능 파편무기), 제2의정서(지뢰, 부비트랩 등의 사용금지 또는 제한), 제3의정서(소이성 무기 사용금지 또는 제한), 제4의정서(실명 레이저 무기), 제5의정서(전쟁잔류폭발물 관련)가 있다. 이중 백린탄은 제3의정서에 속한다. 121개 CCW 가입국 중 2개 이상을 채택하면 정식 회원국이 될 수 있는데 이중 한국은 1, 2, 5 의정서를 채택하고 있다. 즉, 한국에서는 아직 백린탄 사용이 국제협약 위반이 아니란 얘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