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사형 집행을 하지 않는 이유

 

현재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사형제도를 폐지하지 않으면서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일단 인간의 생명권을 침해한다는 근본적인 관점부터 시작해서 판결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있다. 실제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의 대표적인 사건인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20여 년 전 일이며 당시 관계자들이 아직도 모두 살아있다. 또한 1995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치과의사 모녀 살인사건은 치열한 법리공방이 일어나서 재판부에 따라 유죄와 무죄가 뒤바뀌다가 2003년 최종 무죄가 난 적도 있다. 현재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 외국에서도 사형 집행 후에 무죄 증거가 나오거나 진범이 잡히는 경우가 가끔씩 나오고 있다.  

사형제도가 범죄율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도 중요한 논쟁의 사유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엄벌주의 성향에도 불구하고 범죄가 줄었다는 유의미한 통계적 결과는 없고, 오히려 살인, 강도, 성폭력, 방화 등 흉악 강력 범죄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이다. 과도한 엄벌주의가 '형벌만능주의'로 이어져 범죄 발생의 구조적 원인 해결과 진실 규명, 책임자에 대한 책임추궁, 피해회복, 재발방지를 위한 인식과 제도 변화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다른 부분이 홀대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유엔에서도 두 차례 조사보고서를 낸 적이 있는데 사형제도가 살인 억제력을 가진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실패했다고 한다. 캐나다의 경우 사형 제도를 폐지한 후에 살인율이 44%나 감소했는데, 최근 들어 보수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사형제 부활 여론이 높아져 국민의 과반수가 사형제 찬성을 하고 있다는 아이러니도 있다.

사형제도가 권력자가 사형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는 점도 사형제도를 실시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다. 당장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승만 정권부터 시작해서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얻은 박정희, 전두환 등의 군사정권 시절, 자신의 권력유지와 체제유지를 위해 자신들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사형대의 이슬로 보내버린 사례가 부지기수인데 불과 몇십년 전 일이다. 

그밖에 사형제도 폐지는 통상문제와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7년 유럽평의회와 '범죄인 인도와 형사사법공조 협약'에 가입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가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가 문제가 되어서 "앞으로 사형 집행을 하지 않겠다" 는 서약서를 제출한 적이 있다. 그밖에 우리가 EU랑 FTA 협정을 했는데 그 조건이 사형제 폐지이고, 사형을 다시 집행할 경우 FTA가 파기된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다만 국제적인 통상문제나 대외신인도 하락, 외교적 마찰이나 국제사회에서의 평판 악화는 있을 순 있다. 실제 EU의 경우 사형존치국인 싱가포르나 베트남과 FTA를 체결하기도 했으나 인도의 경우 사형 집행 지속이 문제가 되어 FTA 협상이 2013년 이후 중단돼었다가 2021년에 재게 된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