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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법계의 곪은 문제. 엔자이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2025. 3. 9. 00:10300x250
엔자이('寃罪(えんざい 원죄)'. 일본의 시사용어 중 하나로, '억울하게 뒤집어쓴 죄'라는 뜻의 단어. 일본의 사법부는 특히 보수적이고 관료적으로 유명한데, 이게 과하게 잘못된 방향으로 발현되어 법리적 해석과 증거주의에 입각한 판단을 내리기 이전에 '법정에 선 범죄자가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을 사법부가 무능하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 어떻게든 유죄로 만들어 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곤조도 피고인이 높으신 분, 잘 나가시는 분, 대단하신 분이라면 언제든지 바뀐다)
하여간 이렇게 유죄 판결을 받기 위해 피고인을 유죄로 추정하는데 유리한 자료는 낱낱히 긁어모아지지만 무죄를 입증할 만한 자료는 의식적으로 배제된다. 무죄추정이 아니라 유죄추정이 기본 마인드가 되는 것이다. 또한 법원이 기본적으로 검사 측에서 주장하는 바를 신뢰하는 것을 기본 마인드로 깔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법원에서 검사 측에서 제출한 자료를 불신하는 것 자체를 터부시 하는 경향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심지어 수사과정에서 강압수사에 못 이겨 거짓 진술을 했고 법정에서 진실을 말했더라도 법정에서의 발언보다 수사기록에 적힌 내용이 우선시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정밀사법'이라고 표현되는 일본 검찰의 업무 스타일 역시 엔자이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수사단계에서 최대한 정밀하게 사건을 분석하고 조사해 억울한 사람은 불기소하고 진짜 죄가 있다고 판단하는 사람만 기소를 하고, 기소를 한 후엔 최선을 다해서 유죄 판결을 받아내려는 스타일이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악인을 심판하는 정의의 기관이라는 이미지를 쌓으려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검찰의 이미지에 너무 휘둘리다 보니 여론과 언론에 휩쓸려 성급하게 용의자를 범인이라고 판단하여 기소한 후 엔자이 사건이 된 경우도 있으며 자신들이 유죄라고 판단하고 기소한 범죄자가 재심을 통해 무죄가 되면 자신들의 얼굴에 먹칠을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일본 사법계에서 재심을 논의할 때 이미 하급심에서 판결이 난 것을 뒤집는 판결을 하는 것은 하급심을 맡은 판사를 무시하는 무례한 행위이고, 나아가 판결이 뒤집어진다는 것은 사법부가 내린 판결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는 사법부 전체의 자존심을 해치는 행위이다라는 사법부의 잘못된 마인드가 엔자이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꼽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1심 이후 무죄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추가로 발견된 경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자기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이를 외면해 억울한 피해자를 만든다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엔자이가 의심되는 사형수들은 사형 판결을 받았지만 형을 집행시키지 않고 평생을 감방에서 썩게 한다는 것이다. 보통 누가 봐도 확실한 사형수의 경우 빨리빨리 사형을 집행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유독 사형시키지 않는 이유에 대해 만일 사형시켰다가 이후에 무죄가 밝혀지게 되면 쏟아지는 비난은 물론 유족들에게 물어줘야 할 배상금이 부담되서라는 설이 있다. 한마디로 사법부 내부에서도 엔자이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최근에는 이 엔자이에 대한 불합리성이 계속 메스컴을 통해 다뤄지고, 사법부 내부에서도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이전 세대에 비해 재심 결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내리는 분위기라고 한다. 다만, 재심에서 무죄를 받더라도 검찰에서 항고를 하게 되고, 검찰에서 전력을 다해 재심을 막으려 하다 보니 걸리는 시간이 수십 년이 걸린다는 문제점도 남아 있다고 한다.300x250'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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