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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인신공양설부터 덤불 속에 버려지기까지, 에밀레종의 역사와 전설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2025. 10. 26. 00:10300x250

성덕대왕신종. 사람들에게 에밀레종으로 알려 있다.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높이 3.75m, 지름 2.27m, 무게 18.9톤으로 전근대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범종 중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한다. (2008년 평화의 댐에 위치한 세계평화의종공원에 있는 세계평화의 종이 가장 크다.)
소리가 맑고 웅장한 소리를 지니고 있으며, 무엇보다 국내 범종 가운데 가장 긴 여운을 갖고 있다. 맥놀이현상이라고 일컬어지는 계속 이어지는 신종의 공명대는 사람이 듣기 가장 편한 주파수에서 소리를 낸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또한 그 만듦새도 당시 기술의 정수라는 평가이다. 통일신라 불교조각 전성기에 걸맞은 무늬와 장식들은 섬세하면서도 화려함을 자랑한다. 하이라이트는 몸체 앞뒤로 새겨진 비천상이며 사이에는 종의 제작 기원을 적은 830자의 명문도 양각되어 있다.
통일신라시대 전성기의 문을 연 신라 33대 성덕왕을 추모하고 치세를 기리기 위해(고려의 문종, 조선의 세종대왕과 곧잘 비교된다.) 아들인 35대 경덕왕이 제작을 시작했으나 당대에 완성하지 못하고 36대 혜공왕때인 771년 완성하게 되었다. 이후 봉덕사에 보관되게 되었다. 조선 건국 이후 숭유억불 정책에 따라 절의 범종이나 불상을 떼어 녹여버리고 동전이나 화포를 제작하곤 했는데 에밀레종도 녹여 없애자는 여론이 있었으나 세종이 "경주 봉덕사의 큰 종을 헐지 말라."라고 지시했던 기록이 실록에 남아 있다.
이후 봉덕사가 물난리가 나면서 없어지면서 들판에 내버려졌다고 한다. 매월당 김시습이 들판에서 고철로 방치된 성덕대왕신종을 보면서 "절집이 무너져서 자갈밭이 되고, 종은 덤불 속에 버려졌네. 주나라 문왕의 돌북과 다르지 않으니, 아이들이 두드리고 소는 뿔을 가는구나." 라고 한탄했다고 한다. 이후 세조 5년에 영묘사로 종을 옮겨 달았다. 그런데 중종 때 영묘사마저 화재로 소실되자 당시 경주부윤 예춘년이 노동동 봉황대 고분 옆에 종각을 짓고 이곳으로 가져왔다. 당시 시간을 알리는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후 일제강점기 때 옛 경주박물관 자리로 옮긴 후 1975년 현재 국립경주박물관 자리로 옮겼다.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종을 옮길 때도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종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월성로의 다리를 건너지 못해 경주 시내를 통과해서 멀리 돌아가야 했는데 종의 높이가 높아서 경주시내 전깃줄이 걸렸다. 결국 한전에서 기술자들을 파견해서 종을 실은 트레일러가 지나갈 때마다 전깃줄을 끊고 지나간 다음에 다시 이었다고 한다. 종이 경주 시내를 지나가는 동안 10만 명의 시민들이 종이 옮겨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 모여 천천히 이동하는 트레일러를 따라갔다.
종을 만들 때 완성을 못하다가 아이를 쇳물에 집어 던져서 완성시키고, 이후 종은 어미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소리처럼 '에밀레~ 에밀레~'라는 소리가 들린다는 전설이 있다. 사실 오늘날 많은 학자들은 인신공양설을 부정한다. 불교에서 범종 소리는 부처님 말씀이자 자비심의 상징인데 아이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으며, 종이 만들어지던 시기는 불교가 융성하여 불살생이 중시되었던 시기라는 것이다.
에밀레종에 대한 전설은 19세기까지는 문헌에 전혀 나타나지 않다가 근대 이후 서양 선교사들의 기록에 비로소 등장하며 일제강점기 자료에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일제가 민족의 역사적 유산의 상징성을 훼손할 목적, 혹은 기독교 선교사가 토속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불교를 비난하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일각에서는 조선 후기 유림세력이 강했던 경주지역에서 불교를 폄훼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가공했다는 주장도 있다.
놀랍게도 아직도 타종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2004년 이후부턴 보존에 문제를 일으키는 금속 스트레스 누적을 억제하기 위해 더 이상 타종하지 않는다. 대신 경주박물관에서는 종소리를 녹음해서 매시 정각과 20분, 40분에 튼다.300x250'부연설명 - 정보와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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